꽃놀이패 / 권수진 . . 너에게 승부를 거는 동안 늘 우아한 자태를 뽐내려고 노력했지만 당신 앞에 추악한 내 모습을 들킨 적 없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 범사에 감사한 마음으로 꽃잎 띄운 술잔을 정중히 건넸으나 당신은 한 번도 속마음을 밖으로 드러낸 적 없었다 . 당신을 만나 당신의 터전 위에 뿌리내리고 집을 짓고 사는 동안 웃는 날보다 싸운 날들이 더 많았다 . 길 위에서 낭창대는 삶을 살았으니 그동안 당신 마음 어디에 두고 있었는지 감히 안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 긴 세월 돌아보면 모든 게 일장춘몽이었으니 더는 사랑이라 부르지도 않겠다 . 고립무원의 꽃 진 자리는 항상 내 몫인지라 간밤에 우수수 떨어진 바둑돌 낭자하고 패를 뒤집듯 밤새도록 이불을 뒤척인다 . 하루를 천년같이 고뇌하며 살았으나 대마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