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벽을 바라봤다
벽 속에 뭐가 있나요?
벽 속엔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남편은 저녁도 먹지 않고
주말 영화를 시청하듯 벽을 바라봤다
여보, 오늘은 월요일이잖아요
그는 이제 벽 속에서 내일을 보고 있다고 했다
잠도 자지 않고
벽을 바라보던 남편은 벽에 기대었다
그의 입술이 살짝 벽에 닿았다
대체 무슨 맛이죠?
그는 벽 안쪽의 깊은 고독이 느껴진다고 햇다
깜빡 잠이 든 내가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났을 때
남편이 벽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목격했다
흐름이 조금 밀리고 그는 벽의 일부가 되었다
뺨일 거라고 만진 곳은 엉덩이고
진심이라고 만진 부분은 주로 거짓인 벽
나는 벽 안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싶었다
망치를 들고 와 깨부수기 시작했다
벽이 사라지고 없었다
하지만 그는 발견되지 않았다
튀어나온 못만이 할 말처럼 남아 았었다
다음 날 벽지에 풀칠을 하던 도배공이 물었다
벽 속에 뭐가 있나요?
나는 남편이 있다고 했다
'必死 筆寫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놀이패 / 권수진 (0) | 2023.09.01 |
---|---|
새와 의자/송찬호 (0) | 2023.05.08 |
버드나무와 오리/남현지 (0) | 2023.05.08 |
달이 떠오를 때까지 / 서연우 (0) | 2022.08.23 |
무량 외 4편/전영관 (0) | 2022.07.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