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死 筆寫

깨부수기/임지은

시치 2023. 5. 8. 23:31

 

 

남편은 벽을 바라봤다

 

벽 속에 뭐가 있나요?

벽 속엔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남편은 저녁도 먹지 않고

주말 영화를 시청하듯 벽을 바라봤다

 

여보, 오늘은 월요일이잖아요

그는 이제 벽 속에서 내일을 보고 있다고 했다

 

잠도 자지 않고

벽을 바라보던 남편은 벽에 기대었다

그의 입술이 살짝 벽에 닿았다

 

대체 무슨 맛이죠?

그는 벽 안쪽의 깊은 고독이 느껴진다고 햇다

 

깜빡 잠이 든 내가

화장실에 가려고 일어났을 때

남편이 벽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을 목격했다

흐름이 조금 밀리고 그는 벽의 일부가 되었다

 

뺨일 거라고 만진 곳은 엉덩이고

진심이라고 만진 부분은 주로 거짓인 벽

 

나는 벽 안쪽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싶었다

망치를 들고 와 깨부수기 시작했다

 

벽이 사라지고 없었다

하지만 그는 발견되지 않았다

튀어나온 못만이 할 말처럼 남아 았었다

 

다음 날 벽지에 풀칠을 하던 도배공이 물었다

벽 속에 뭐가 있나요?

 

나는 남편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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