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死 筆寫

산 사람은 살아야지(외 1편) / 조 정

시치 2022. 7. 9. 02:55


그때 산에 간 사람들이 거지반 죽었다든디 떼보 각시는 살어있다는 말 있대 자네도 들었능가?
살았재 성님도 들으셌구만 떼보네 식구들 토벌 때 다 죽고 떼보 각시만 포로가 되야가꼬 자응 갱찰서에 잽해 있다가 뭔 사연인가 토벌 갱찰하고 살게 되얐다대요

그래이 사람 일을 알 수 없어이 즈그 서방 자석 죽인 웬순디 그 사나그랑 살 수도 있으까
아이고 성님 좋아서만 산다요

양님네 아짐이 아들 혼수 헐라고 광주 갔다가 장바닥서 잘팍 부닥쳤다능거여 입성은 깨꼼허니 갠찬한디 아짐을 보고 낯바닥이 노라니 밴함서 주저앉을락 하드랑만 양님네 아짐은 인공 때 저짝 사람들 손에 서방님허고 시동상까지 다 학살 당했능가안 그때 떼보 각시가 여맹위원장 맡어가꼬 동네서 인공 노래 갈치고 그랄 땡께

오메 이 사람아 어째 이랑가 못 살 시상 살어 남었으니 되얐네 그라지 마소 함시로 달갱게 이라고저라고 지 사는 언정을 하드라여 살도 못 허고 죽도 못 허고 산다고 눈물바람 허드랑만

나도 으디 인편에 쪼깐 들었소야 딸 둘에 아들 한나 낳고 산다는디 잘 살 것이요 손도 야물고 부뚜막 반들반들허게 살림허고 누에 칠 때 뽕잎도 질로 많이 따고 안 그랍디여

아먼 잘 살아사재 죽어불먼 어짜도저짜도 못한디 그 고비 냉겠응께 존 시상도 봐사재



자식은 맘대로 못해



어야마시 내가 오늘 돈 내고도 못 볼 굿을 봤네
홍재했네이 혼자 꼬순 웃음 웃지 말고 토로 해보소 굿이라먼 쌈굿도 좋다는 우리 도출네 보타지것네

교동리 고주사 안 있소 그집 두째가 징하게 부잡한 놈이어라 그것이 또 학교서 난리를 쳤능갑씁디다
그 애기가 우리 조카허고 한 학년이여 머시마가 느자구가 없다등만 가방도 없이 학교 오는 일이 비일비재허다여
금메 말이오 그놈이 오늘 퇴학을 당해부렀다요
오메 으째야쓰꼬 매를 들어서라도 갈쳐야재 만리창창한 애기를 퇴학이 먼 말이당가

담배 피다 걸려서 교무실로 끼께 갔는디 선생이 나무란다고 의자를 치께 들고 교무실 유리창을 뚜드러 부수고 아조 학교를 저서부렀능갑써요
오메 어짜꼬 뭔 일이다냐 그노무 자석 폴쎄 날 샜구만 구져도 그라고 구지당가?
고주사가 용코로 걸려 부렀네 엥가니 내젓고 살드만 지 자석한테 용코로 걸려 부렀어

자네는 뭔 일로 학교 갔다가 유리창 뚜드러 뿌순 것을 봤능가?
아니어라 사고 친 놈은 니미 이런 노무 학교 안 댕긴다고 으디로 나가불고 즈가부지가 학교 불려가서 뿌서진 유리창값 기물값 다 물어주고 오다가 아들놈허고 국민학교 교문에서 짜빡 마주쳐분 거시재        
오메오메 고주사 성질에 다리 몽댕이 분질렀을 거인디 자네는 노무 새끼 맞는 거시 재미져서 고라고 웃었능가?
오메 누가 맞어라 고주사 두째 그놈 밸놈입디다 즈가부지 얼굴을 딱 보드니 두말도 않고 돌아서 학교 운동장으로 째는디 비호 같드만 으찌케 고라고 재바르까 고주사가 쫓아가다가다 분은 나고 새끼는 안 잽힝께 악을 쓰는 거여
머시라등가?

저놈 잡어라아 동네사람들아~ 저놈 잡어 죽이먼 논 닷 마지기 이전해줌세~
워메 참말로 염병허네 먼 일이라냐 지멋대로 시상 젓고 살든 사람이 훌떡훌떡 뛰다 죽것구만
아조 눈뜨고는 못 볼 귀경이었당께 배창시 뒤집어진 중 알았어라
자석 맘대로 못 하재 자석 맘대로 못 해

하이튼 부자간에 그 큰 운동장서 담박꿀을 치는디 저마다 첨에는 이것이 웃을 일잉가 어짱가 노무 자석 일이라도 성가세 죽겄다가 고주사가 악을 씀서 꼬랑지 불붙은 뿌사리마니로 뛴께 배창시 잡고 웃었당께 학교 앞 문방구 박샌 말이 걸작이여

아재! 논 닷 마지기는 탐나요마는 사람 잡고 패가망신 허깜시 뜻을 못 받들어 아심찬하요~



                    —시집 『그라시재라』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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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趙晶 / 1956년 전남 영암 출생. 200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이발소 그림처럼』 『그라시재라』. 제주 강정마을 주제 장편동화 『너랑 나랑 평화랑』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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