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4382

성주사(우리절) 숲속 나들이길 맨발걷기

우리절 성주사에 이유도 없이 발을 끊은지 수삼년, 이제는 남의절이 돼버린 성주사.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평안해지는 나의 안식처였건만 ...성주사 계곡에 맨발걷기를 하고 온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 운동삼아 찾게 된 성주사 계곡엔 잘 닦여진 숲속 나들이길과 황토로 단장한 맨발걷기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었다. 2,4KM에 달하는 숲속 나들이 길을 한바퀴 돌아서 내려오니 얼마나 뿌듯한지 "날마다 여기 와서 힐링하리라" 고 다짐을 하게 된다.아울러 성주사 경내로 들어서니 모두들 초파일 행사 준비에 분주한 차림들이다. 지난 날 초파일 준비가 한창일 때 도반들과 함께 울력하던 추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그동안 새로운 전각들이 들어서고 옮기고 새롭게 단장한 모습이 금방 봐도 알 수 있겠다. 모두들 애쓴 흔적들이 역..

흙냄새 땀냄새 2024.04.24

2024년 신춘문예 시 당선작 모음

2024,신춘문예 시 당선작 모음 2024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take/김유수 쓰레기를 줍는다 나는 쓰레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나가는 그것이 나를 쓰레기라 불렀다 쓰레기를 입고 거리를 활보했다 추운 거리를 그것이 배회하고 있었다 지나가는 그것의 입 속은 차갑다 지나가는 그것의 입술은 아름다웠다 지나가는 그것의 코트가 차갑다 쓰레기와의 동일시는 어떻게 줍는 것일까 너는 왜 나처럼 쓰레기를 줍지 않을까 어떤 부부가 예쁜 쓰레기를 주워 간다 어떤 직장인이 따분한 쓰레기를 주워 간다 어떤 시인이 터무니없는 쓰레기를 주워 간다 그러한 쓰레기의 용도는 내가 입을 수 없는 옷이었다 지나가는 그것이 코를 틀어막고 간다 지나가는 그것이 눈을 질끈 감고 간다 지나가는 그것이 옷을 건네주고 간다 지나가는 그것을 코트..

신춘문예 2024.01.31

2024 경인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달로 가는 나무 / 김문자 달의 범람으로 하늘의 문이 열리면서 땅은 다섯 개의 줄기로 자라는 은행나무의 품이 되었다 보름달 상현달 하현달 초승달 그믐달을 키우는 인천 장수동 사적 562*번 800년 된 은행나무 처음부터 약성이 쓴 뿌리에서 시작되었다 오래된 나무는 달에서 왔다 달이 몸을 바꿀 때마다 은행나무의 수화는 빠르다 전하지 못한 말들은 툭 떨어지거나 노랗게 익어갔다 은행나무는 자라면서 달의 말을 하고 은행나무 이야기를 듣고 자란 아이들은 바닷물이 해안까지 차오르는 슈퍼 문일 때 남자는 눈을 감고 여자는 입술이 파르르 떨린다고 한다 오래된 나무의 우듬지는 800년 동안 달로 가고 있다 소래산 성주산 관모산 거마산을 거느린 장수동 은행나무 달빛이 은행나무 꼭짓점을 더듬는 농도 짙은 포즈 은행나무는 품..

신춘문예 2024.01.10

2024년 <경상일보,경남도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솟아오른 지하/황주현 ​ 몇 겹 속에 갇히면 그곳이 지하가 된다 ​ 4시 25분의 지상이 감쪽같이 4시 26분의 지하에 세상의 빛을 넘겨주는 일, 언제부터 서서히 시작되었을까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아주 천천히 지상의 지하화가 도모되었을까 땅을 판 적도 없는데 다급한 말소리들은 지표면 위쪽에들 있다 조금 전의 당신의 양손과 두 볼이, 주름의 표정과 웃음이, 켜켜이 쌓인 말들이 들춰지고 있다 기억과 어둠이 뒤섞인 지상은 점점 잠의 늪으로 빠져드는데 누구도 이 어둠의 깊이를 짐작할 수 없다 ​ 몸이 몸을 옥죄고 있다 칠 층이 무너지고 십오 층이 무너졌다 그 사이 부서진 시멘트는 더 단단해지고 켜켜이 쌓인 흙은 견고하게 다져졌다 빠져나가지 못한 시간이 꽁꽁 얼어붙는 사이 아침과 몇 날의 밤이 또 덮쳤다 이 깊이..

신춘문예 2024.01.10

<2024 광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감정 일기/송상목 ​ 매일 아침 여덟 시면 슬픔을 마주친다 그와 인사하고 같은 전철을 타고 버스에 올랐다 내리고 빌딩을 오르고 나면 ​ 정오가 된다 정오는 기쁨을 만날 시간 나는 잠시 슬픔과 작별하고 수저를 든다 기쁨이 키스해온다 ​ 지저분한 기쁨이 기분 나쁘지 않다 ​ 키스는 짧고 오후는 길다 나는 다시 슬픔을 본다 슬픔은 지치고 피곤한 기색이다 매일 같이 다니기 힘든 듯이 ​ 나는 빌딩을 쌓으며 슬픔의 눈치를 살핀다 슬픔은 슬퍼하면서도 빌딩 쌓기를 멈추지 않는다 아무래도 슬픔이 쌓아가는 것은 빌딩만이 아닌 것 같다 ​ 밤은 빌딩을 내려오는 때 슬픔이 가장 먼저 달아난다 나는 기쁨을 볼 생각으로 가득해진다 ​ 기쁨은 집에 있다 마구 꼬리를 흔들며 내게 달려든다 ​ 기쁨은 꽤 나이 들어있고 눈을 끔뻑거린..

카테고리 없음 2024.01.10

2024 무등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젠가 / 홍다미 우리는 즐거움을 쌓기 시작했죠 딱딱한 어깨를 내어주며 무너지지 않게 한 계단 한 계단 다짐을 쌓았죠 대나무가 마디를 쌓듯 빌딩이 올라가고 집값이 올라도 내일 모레 글피 그글피를 오지 않는 내일을 오늘처럼 지금처럼 바람 무게를 견디려면 마스크 쓴 계절도 빙하 녹는 북극도 쌓아야 하는데 밤하늘이 별빛을 빼내고 있었죠 쌓기만 하는 뉴스는 싫증나고요 거꾸로 가는 놀이를 해볼까요 쌓아놓은 블록을 하나씩 빼내는 놀이 장난감을 빼버리면 아이는 자라서 부모 눈물을 쏙 빼버리고 최저임금을 빼내면 알바는 끼니를 빼먹고 잠을 빼내면 기사님은 안전이란 블록을 빼내고야 말겠죠 언젠가 도심 백화점도 한강 다리도 이 놀이를 즐기다 쏟아졌고 모닝 키스도 굿나잇 인사도 기념일도 블록으로 빼내면 연애도 와장창 무너지겠죠..

신춘문예 2024.01.10

2024 광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파랑/엄지인 잔디를 깎습니다 마당은 풀 냄새로 비릿합니다 잔디가 흘린 피와 눈물이라는 생각 우린 서로 피의 색깔이 달라 참 다행이지 혈통이 아주 먼 사이라서 머리카락을 자르고 잘린 끝을 만져보는데 아프지 않습니다 심장과는 아주 먼 거리일까요 손 뼘으로 잴 수 있지만 누군가는 머리에서 심장까지 전력을 다해 뜁니다 머리카락 입장에선 불행일지 모른다는 생각 골목 밖에선 길냥이의 울음소리가 날카롭습니다 고양이는 사람에게만 소리 내 운다고 하는데 축축한 여기 그냥 좀 내버려두라고 배가 헐렁한 동물에게 보내는 우호적인 경고라는 생각 다치지 않게 손톱 칼로 조심히 군살을 깎지만 소스라칩니다 가장자리에서 바깥으로 밀리지 않으려는 비명 TV에서는 기상 캐스터의 주의보가 쾌속으로 지나갑니다 암거북들이 짝을 잃고 더운 바다..

신춘문예 2024.01.10

2024년문화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면접 스터디/강지수 허리를 반으로 접고 아 소리를 내면 그게 진짜 목소리라고 한다 진짜 목소리로 말하면 신뢰와 호감을 얻을 수 있다고 그러자 방에 있던 열댓 명의 사람들이 제각기 허리를 숙인 채 아 아 아 소리를 낸다 복부에서 흘러나오는 진짜 목소리가 방 안을 채운다 이제 그 음역대로 말하는 겁니다 억지로 꾸며낸 목소리가 아닌 진짜 당신의 목소리로요 엉거주춤 허리를 편 사람들이 첫인사를 나눈다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저는 대전에서 왔고…… 멋쩍은 미소를 짓고 몇 번 더듬기도 하면서 말을 하다가 불쑥 허리를 접고 다시 아 아 거리는 이도 있다 나는 구석에 앉아 이 광경을 바라본다 선생님이 손짓한다 이리 와서 진짜 목소리를 찾아보세요 쭈뼛거리며 무리의 가장자리에 선다 허리를 숙인다 정강이가 보이고 뒤통수가 ..

신춘문예 2024.01.10

2024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서울늑대 /이실비 사랑을 믿는 개의 눈을 볼 때 내가 느끼는 건 공포야 이렇게 커다란 나를 어떻게 사랑할래? 침대를 집어 삼키는 몸으로 묻던 하얀 늑대 천사를 이겨 먹는 하얀 늑대 흰 늑대 백 늑대 북극늑대 시베리아 알래스카 캐나다 그린란드 매일 찾아가도 없잖아 서울에서 만나 서울에서 헤어진 하얀 늑대 이제 없잖아 우린 개가 아니니까 웃지 말자 대신에 달리자 아주 빠르게 두 덩이의 하얀 빛 우리는 우리만 아는 도로를 잔뜩 만들었다 한강 대교에서 대교까지 발 딛고 내려다보기도 했다 미워하기도 했다 도시를 강을 투명하지 않은 물속을 밤마다 내리는 눈 까만 담요에 쏟은 우유 천사를 부려먹던 하얀 늑대의 등 네 등이 보고 싶어 자고 있을 것 같아 숨 고르며 털 뿜으며 이불 바깥으로 새어나가는 영원 목만 빼꼼 내..

신춘문예 2024.01.10

2024,한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둥근 물집/우정인​ 골목 어귀 잊을만하면 문을 여는 과일가게가 있다 잊히기 전에 나타나는 젊은 사내 하나와 모둥이의 걸음 수를 재는 사과가 있다 사과는 욕심이 많은 아이처럼 불은 얼굴을 하고 있다 사내는 맛 좀 보라고 사과 한 조각을 잘라 내 입에 들이민다 나는 깜짝 놀라 속살 속에 스미는 쓸쓸한 음각을 혀 밑에 감추었다 아직 바람도 다 익지 않은 가을인데 ​ 햇살이 잘 밴 사내의 어깨에 기대는 상상을 한다 오래 전에 놓친 이슬 냄새가 날지 모른다 풋잠이 들었을 때 그의 손이 닿으면 나는 동그랗게 몸을 말겠지 상상은 순식간에 과일가게에 퍼진다 상자들이 들썩인다 하룻밤 미쳐서 그의 싱싱한 심장을 베어 먹을 수 있을까 그의 여자로 과연 그러다가 사내에게 물었다 얼마예요? ​ 주춤, 사내가 고개를 흔들며 시선..

신춘문예 2024.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