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좋아합니다
야구를 좋아합니다
아마도
늙어가고 있습니다
집 앞 개천을 따라서
바람이 두드리는 이파리들은
자신을 반복하며
가볍게 흩날리고
그것이 오락은 아니지만
물에서 오리를 반복해보는 일
오리의 웃음을 기다리면서
늙어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를
놓쳐버린 순간의 현기증처럼
햇빛 아래를 구부리며
그 빛을 내버려두듯이
다리를 건너면 약국과 시장
이제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는
이웃들이 있습니다
⸺월간 《現代文學》 2021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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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지 / 1977년 출생. 동국대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2021년《창작과비평》신인상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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