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死 筆寫

버드나무와 오리/남현지

시치 2023. 5. 8. 23:27

 

 

여름을 좋아합니다

야구를 좋아합니다

 

아마도

늙어가고 있습니다

 

집 앞 개천을 따라서

바람이 두드리는 이파리들은

자신을 반복하며

가볍게 흩날리고

 

그것이 오락은 아니지만

물에서 오리를 반복해보는 일

 

오리의 웃음을 기다리면서

 

늙어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우리를

놓쳐버린 순간의 현기증처럼

 

햇빛 아래를 구부리며

그 빛을 내버려두듯이

 

다리를 건너면 약국과 시장

이제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는

이웃들이 있습니다

 

월간 現代文學2021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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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지 / 1977년 출생. 동국대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수료. 2021창작과비평신인상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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