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읽기 38

숙제, 오직 쓰기 위하여

숙제를 펴 들었다. 어제 일부러 던져놓은 숙제이기에 오늘은 나와의 약속을 지킨다는 차원에서 '陳雪'(천쉐)와 만났다. "눈만 높고 실력은 못 따라간다면?""글을 쓸려면 반드시 책을 읽어야 한다. 광범위하게 깊이있게 읽어야 한다. 고전을 읽고 좋은 책을 읽어야 하며 심지어는기술 관련 책도 읽어야 한다.책 읽기를 안 좋아하면서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것은 이상하다." "책을 많이 읽어서 실력에 비해 눈만 높아지는 걸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많이 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참 싱거운 언술이다. 신선감이 없는 도식적인  글쓰기 지침서다.세상에 이런 것도 모르는 바보가 있을까? 싶다.좀 더 읽어볼까? 그래도 당대의 석학, 권위있는 천하의 유명 작가임에 인내심을 갖고 책장을 넘긴다. "시작부터 좋은글이 ..

산문읽기 2024.11.14

바위의 이끼는 늙지 않았다-이어령

바위의 이끼는 늙지 않았다 이어령(전 이화여대 교수·전 문화부장관) 사람들의 인상은 대개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동물, 식물, 광물…. 그런데 한승헌 변호사의 첫인상, 그리고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보아온 한 변호사의 이미지는 광물성이다. 몸이 깐깐하게 말라 있다는 그만한 이유에서 차돌과 같은 돌에 비유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보통 돌이 아니라 전통 산수화에 나오는 것 같은 바위, 그러면서도 파랗게 이끼가 낀 그런 돌인 것이다. 외유내강이라는 말은 너무 상투적이라 ‘바위와 이끼’라는 말로밖에는 한 변호사의 품성을 표현할 길이 없다. 겉으로는 늘 푸르고 부드러운 이끼가 돋아 있다. 그것이 한 변호사 특유의 휴머니즘이다. 한 변호사는 만나면 늘 농담을 한다. 입술에는 막 흙장난을 하다 일어선 아이처럼..

산문읽기 2021.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