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읽기 37

바위의 이끼는 늙지 않았다-이어령

바위의 이끼는 늙지 않았다 이어령(전 이화여대 교수·전 문화부장관) 사람들의 인상은 대개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동물, 식물, 광물…. 그런데 한승헌 변호사의 첫인상, 그리고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보아온 한 변호사의 이미지는 광물성이다. 몸이 깐깐하게 말라 있다는 그만한 이유에서 차돌과 같은 돌에 비유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보통 돌이 아니라 전통 산수화에 나오는 것 같은 바위, 그러면서도 파랗게 이끼가 낀 그런 돌인 것이다. 외유내강이라는 말은 너무 상투적이라 ‘바위와 이끼’라는 말로밖에는 한 변호사의 품성을 표현할 길이 없다. 겉으로는 늘 푸르고 부드러운 이끼가 돋아 있다. 그것이 한 변호사 특유의 휴머니즘이다. 한 변호사는 만나면 늘 농담을 한다. 입술에는 막 흙장난을 하다 일어선 아이처럼..

산문읽기 2021.1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