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 /안희연 방 안으로 새가 날아들었다 문이 열려 있지 않은데 여긴 어떻게 들어왔을까 창문을 열고 새를 날려 보낸다 방 안에 새가 들어와 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문은 열려 있지 않은데 새의 눈을 들여다본다 사람 손을 많이 탄 것 같다 이것은 아주 오래된 이야기 태양이 태양을 삼켜 자멸하고 멈추지 않는 비가 내리고 매일 조금씩 떠내려가는 방 안으로 새 한마리가 날아들고 날려 보내도 기어이 되돌아오고 더듬더듬 그 새를 살피고 이름이 필요해졌다는 이야기 이름이라니, 우리는 정말 멀리 와버린 것이다 닫힌 문 안으로 쉴 새 없이 비가 들이치고 목은 자꾸 휘어지려고만 하고 언젠가 이 새가 나를 포기하는 순간이 올까봐 가망이라는 말을 뒤돌아본다 비가 와도 울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