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8

황금 시대 오스트리아 거장展

오랜만에 시인 호진과 만나는 날이다.새해가 지나고 제법 날짜가 흘렀지만 내가 병원에 있는 관계로 만나지 못하다가 그래도'우리, 나이 한살 더 먹기전에 한번 만나야지 않겠나' 하고 서둘러 약속을 잡고 보니진짜 설을 목전에 두고 오늘에야 겨우 만났다. 그러니까 양력 설과 음력설의 언저리에서 나이 한살 더 먹기전 이거나 한 살 더 먹은 후,우리 다시 만나는 뜻깊은 날이다. ㅎㅎ 찻집에서 담소를 하다가 무심코 창밖을 보니 온통 전시안내, 이다. 우리 심심한데 그림이나 보러 갈까? 명색이 시인인데 세계적인 거장들의 그림 한 번 봐야지않겠냐고..사실 진해 시민들이 예술에 관심 없는 건 아니겠지만 우리가 빠지면 대관절 몇이나 되겠느냐고, ㅎㅎ진해 시민의 자존심을 위해 우리가 가는거다예상대로 전시장엔 아무도 없고 우리..

일상 2025.01.26

묵지마을

올들어 가장 춥다는 일기예보에 이불을 뒤집어 쓰고 여늬 환자들처럼 게으름에 겨워 누웠다가 이러면 안되지..병원에서 주는 점심을 얻어먹고 완전무장을 한다.매일 빠지지 말고 걷는것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병원측의 권고로 주변을 걷기로 한 것이다. 목표는 동전고개, 멀지않은 길이지만 약간의 오르막길에 바람이 좀 차가운 길이다.그동안 게으름과 나태함을 반성도 할 겸 추위와 한 번 맞서보는 것이다.오늘은 작심하고 블로그에 올릴 사진을 좀 찍고 오리라 . 오르는데 맨 먼저 잡히는 게 왕벌집이다때에 맞춰 보이는 저 건너 남향 집들이 따스하게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구나. 참 그 동네 따시겠다.오르면서 보이는 확 트인 시야를 열고 당겨보니 옹기종기 모여있는 집들이 아늑하고 정겹다.아직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마을이지만 ..

일상 2025.01.09

말씀의 절

오늘은 시인 송호진과 만나는 날이다속천 바닷가에서 식사를 하고 진해루 찻집에서 우리는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진해 앞바다. 바다보다 하늘이 더 가까운, 하늘보다 더 가까운 구름을 그는 참 드문 동갑내기 시인이다.해군 중령으로 예편해 늦은 나이에 문학에 심취하여 앞서 간적도 없는 나를 추월해 저만치 달려가고 있는 늦깎이 시인이다.시적 경륜에 비해 깊이있는 사고를 바탕으로 한 진정성 있는 시적 성취를 이룬 그는 시에 늘 진심이고 품위를 잃지 않는 노장이다. 우리는 나이답잖게 열정적으로 시를 논하고 문단을 오가며 담소를 이어가다 문득, 요절 시인들의 시와 인생을 되짚어가며 위안을 삼는다.인간의 수명이 다하는 때가 오면 시는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경지로 극단까지 치닫다가 마지막 유언을 하듯 간절하게 문장이 만..

일상 2024.12.05

단풍의 사연

외출에서 돌아오는 길,  25번국도에서차창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이 왜 이리도 고운지?집으로 향하는 핸들을 꺾어 성주사 계곡으로 향한다.성주사 초입에서 멀리 보이는 불모산의 단풍은 지금이 한창이다.살아오면서 단풍철을 수없이 지나왔고 성주사에서 사계절을 보낸지도 꽤나 오래 되었건만 이게 뭔가?유독 금년 단풍에 이리 감동하고 빠져드는건 참 알 수 없는 일이다단풍잎 이렇게 붉은 이유는 누군가에게 꼭 전하고픈 무슨 사연이 있는 건지도 모른다. 어쩌면여름날 그 뜨거웠던 정염을 다 쏟아내고 만 지난 날들의 회한과 아쉬움으로 빨갛게 멍이 든 사연이 아닐런지?모른다. 내가 유독 금년 가을에 이렇게 단풍에 달뜨는 이유를..이 단풍! 그녀에게 전해주고 싶다.사실 이 사진은 그녀와의 통화로 비롯되었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이 늦..

일상 2024.12.02

오블완 종료 -만추문예 당선작

오블완이 종료됐단다. 이틀 뒤에 시작했으니 두번을 더 올려야 한다는 걸로 착각하고 있던 나로서는 좀 아쉽다.작심하고 3주간, 하루도 안 빠지고 참여한다는 것도 예사롭지는 않은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긴장과 함께 새로운 글쓰기와 사진 올리기 등 나의 블로그를 꾸며나간다는 자부심과 긍지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글쓰기에 진심으로 한 번 부딪쳐 보기로 마음을 먹고, 시작 단계에 있는 나로서는 딱 맞는 기회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무대였기에 더욱 아쉽고 미련이 남는다.나는 나의 오블완을 완성코자 한다. 마지막 남은 이틀 분을 완성하고 이어서 매일 글쓰기 훈련을 계속하여 작가가 아니라도 문학에의 성취를 위해 나만의 글쓰기 수업에 매진할 것을 다짐하는 것이다. 오늘은 만추문예 당선작을 읽었다.매일경제신문과 교보문고의..

일상 2024.11.29

오직 쓰기 위하여

이 책은 『악녀서』로 문단에 혜성처럼 등장해 30년간 타이완 소설의 중심부에서 활동해온 중견 작가 천쉐의 글쓰기 특강이자 작가 되기 수업이다.소설을 쓰기 위해 태어났다고 해도 될 만큼 작품에 생을 건 저자는 쓰는 자의 존엄과 생존의 기술을 거침없이 풀어놓았다. 이 책의 쓰임새를 몇 가지로 요약 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고 글쓰기가 내 생명의 핵심이라 여기지만 완성은 잘 못 하는 이들을 위한 지침서다.둘째, 생업과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는 이들에게 둘 사이에서 균형 잡기를 알려주는 가이드라인이다.셋째, 내가 쓰려는 작품과 외부 일(청탁 원고, 강연, 심사) 사이에서 중심을 잃지 않으려는 전업작가들을 위한 조언이다. 글을 쓸 때에만 비로소 자기 자신이 된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현실에..

일상 2024.11.25

오블완의 의미

은근히 자유의지를 짓누르는 프로그램이 있다.오늘도 자칫 놓치고 말았을 나의 일상을 용케도 붙들어 지탱케하는 고마운 프로그램이다.처음은 시험삼아 장난삼아 실행해 보았는데 이건 결코 장난이 아니다. 그리고 문학에의 의지를 버리지 않는 한 꼭 이루고 실행해야 할 과제이자 목표여야만 한 필요 불가결의 조건이다. 나에게 있어서는 알면서도 실행하지 못했던 숙제이면서 삶의 과제였던, 진실로 목숨을 걸고라도 도전해야 할 아니 진작에 도전하고 실행했어야 만 했던 요원의 숙원사업, 그것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럭저럭 오블완의 참여 2주가 지났다. 목표치의 반을 지나 삼분의 이를 넘겼으니 참 대단한 성과다완주를 했을 때 걸린 상품까지는 이제 6일이 남았는데 상품이야 줘도 그만 받아도 그만, 오로지 완주에 집중한다. 이어서 ..

일상 2024.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