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가의 구름 (외 4편)/위성욱 어떤 기분을 위해 비누에 손을 씻고 지나가는 구름에 손을 넣어 또 한 번 씻고 하얀 입술들이 전해주는 은밀한 이야기가 농익어 갈 때 어디선가 코트 깃을 세운 노신사가 무서운 얼굴로 나타나자 혼비백산 흩어지는 어떤 조각들 바다 위에 떠 있는 흰 식탁에 오늘도 잘 익은 고등어가 올라오고 서로의 젓가락질로 조각조각 나눠질 때 누군가 먼 곳에 있는 눈을 빼 자신의 눈인 것처럼 얼른 집어넣었다 바람의 언사가 구름의 언사와 섞이면 천 리를 갈 수 있다는데 천 리를 볼 수 있는 눈이 생긴다고 하니 어떤 기분을 위해 나는 오늘도 구름에 또 다시 손을 넣어 잘 익은 것들로 붉은 열매를 따고 있다 흰 허벅지를 가진 풋풋한 그 여자는 영문도 모른 채 수돗가에서 그 열매를 깨끗이 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