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관련글 252

홍성란 시인 <시와 함께. 겨울.계간평>

시선 · 그 시를 읽고 나는 쓴다 『시와 함께』2020 · 겨울호 · 005 모든 끝은 시작이다 홍성란 난 원래 이른바 자유시가 전공이고 그것도 아는 분은 알겠지만 난해한 시를 썼고 최근에는 시인지 일기인지 모르는 시를 발표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자유시를 그야말로 자유롭게 쓰고 다소 개판을 치는 입장이다. 그런데 전통적인 정형시인 시조에 관심을 두다니? 이상한 일이 아닌가? 세상일은 알 수 없다더니 내가 그 꼴이다. 아무튼 ①최근에 나는 잡지에 발표되는 자유시는 거의 읽지 못하는 상태이고 그건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최근에 발표되는 시들이, 특히 젊은 시인들의 시가 소통이 안 되고 너무 수다스럽고 문맥이 안 통해서 나 같은 시인은 도무지 읽을 힘도 없고 재미도 없기 때문이다. 우리 시가 어쩌다 이 지경..

시관련글 2022.12.07

늘 먼 데를 보는 시인 -김추인_

늘 먼 데를 보는 시인,-김추인_ 오늘은 말고, 여기도 말고!-대담 및 정리∥ 박완호 시인 박완호: 선생님, 반갑습니다. 김추인: 예, 저도 제가 좋아하는 박완호 선생님과의 대담 자리는 많이 기쁘고 설레기까지 하네요. 늘 혼자에 진저리치면서도 중독인 듯 눈발이라도 날리면 어딘가로 떠날 것을 꿈꾸는 존재 박완호: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모두가 힘든 시기를 건너고 있는데, 선생님께서는 어수선한 시절을 어떻게 건너고 계시는지요? 궁금해할 분들을 위해 근황에 대한 말씀을 들려주시지요. 김추인: 그렇죠.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고통을 겪고 있는데 지구 온난화로 인한 폐해까지 이어지다 보니 걱정이 됩니다. 시베리아 같은 곳은 30도를 넘어간 적이 별로 없었는데 올해는 38도를 기록, 기상관측 시작한 이래 ..

시관련글 2022.01.25

<활과 리라>에 기대서 읽어본 짧은 시들/박남희

에 기대서 읽어본 짧은 시들/박남희 1.옥타비오 파스가 바라본 시의 본질 나는 시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생길 때 종종 옥타비오 파스의 시론서 『활과 리라』를 펼쳐보게 된다. 이 책의 첫 장에는 ‘시와 시편’이라는 소제목을 달고 있는, 시에 대한 다양한 정의가 집산되어 있다. 그런데 그의 정의는 한마디로 요약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수식어로 나열되어 있다. 그 앞부분을 일부 인용하자면 이렇다. 시는 앎이고 구원이며 힘이고 포기이다. 시의 기능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며 시적 행위는 본래 혁명적인 것이지만 정신의 수련으로서 내면적 해방의 방법이기도 하다. 시는 이 세계를 드러내면서 다른 세계를 창조한다. 시는 선택받은 자들의 빵이자 저주받은 양식이다. 시는 격리시키면서 결합시킨다. 시는 여행에의 초대이자 ..

시관련글 2021.09.04

제페토의 숲/김희준

제페토의 숲/김희준(1994. 9. 10 ~ 2020. 7. 24) 거짓일까 바다가 격자무늬라는 말, 고래의 내장에서 발견된 언어가 촘촘했다 아침을 발명한 목수는 창세기가 되었다 나무의 살을 살라 말을 배웠다 톱질 된 태양이 오전으로 걸어왔다 가지 마, 나무가 되기 알맞은 날이다 움이 돋아나는 팔꿈치를 가진 인종은 초록을 가꾸는 일에 오늘을 허비했다 숲에는 짐승 한 마리 살지 않았다 산새가 궤도를 그리며 날았다 지상의 버뮤다는 어디일까 숲에서 나무의 언어를 체득한다 목수는 톱질에 능했다 떡갈나무가 소리 지를 때 다른 계절이 숲으로 숨어들었다 떡갈나무 입장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목수는 살목범(殺木犯)이었으므로 진짜일까 피노키오, 피노키오 떡갈나무 피노키오 개구쟁이 피노키오 피노키오, 피노키오 귀뚜라미 떡..

시관련글 2021.01.01

황인찬의 「법원」평설 / 송승환, 김행숙

황인찬의 「법원」평설 / 송승환, 김행숙 법원/황인찬 아침마다 쥐가 죽던 시절이었다 할머니는 밤새 놓은 쥐덫을 양동이에 빠뜨렸다 그것이 죽을 때까지, 할머니는 흔들리는 물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죄를 지으면 저곳으로 가야 한다고, 언덕 위의 법원을 가리키며 할머니가 말할 때마다 그게 대체 뭐냐고 묻고 싶었는데 이제 할머니는 안 계시고, 어느새 죽은 것이 물 밖으로 꺼내지곤 하였다 저 차갑고 축축한 것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할머니는 대체 저걸 어떻게 하셨나 망연해져서 그 차갑고 축축한 것을 자꾸 만지작거렸다 대문 밖에 나와서 앉아 있는데 하얀색 경찰차가 유령처럼 눈앞을 지나갔다 ⸺시집 『구관조 씻기기』 2012년 ........................................................

시관련글 2020.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