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死 筆寫

달이 떠오를 때까지 / 서연우

시치 2022. 8. 23. 21:00




달이 떠오를 때까지 / 서연우


   달은 살아 있다 살아, 떠오를 곳을 향해 멍석을 펼친다 상을 놓고 병풍을 세우고 떡을 놓고 포를 올리고 촛대를 놓고 초를 꽂고 향을 피운다 달은 살아 있다 살아, 바람이 지운 촛불에 종이컵을 씌우고 초헌관이 오르고 아헌관이 오르고 종헌관이 오르고 고축을 한다 차례차례 잔을 올리고 절을 하고 잔을 올리고 절을 한다


   달은 살아 있다 살아, 통술거리 어디든 기타를 메고 나타나 신청곡도 부르고 부르고 싶은 곡도 부르고 손님이 팁을 주면 주는 대로 안 주면 안 주는 대로 노래하던 악사 원형이 간암으로 입원을 하고 성미예술촌 천 여사는 마음이 휘어져 멍석 앞에서 머뭇 머뭇거리다 간절히 아주 간절히 절을 하고 절을 한다 달은 살아 있다 살아, 다시 악사가 되어 돌아오기를 바라는 봉투를 놓는다 흰 봉투를 놓고 절을 하고 절을 한다 줄을 서고 줄을 서서 음복을 하고 음복을 한다


   상에 놓인 떡 하나가 떠나고 둘이 떠나고 셋이 떠나고 넷이 떠나고
   잔이 비고


   대보름 달보다 먼저 뜬 별 하나가 기타를 메고 촛불같이 노래를 한다 음복을 한다




             —계간 《시사사》 2022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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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우 / 1968년 경남 창원 출생. 2012년《시사사》로 등단. 시집 『라그랑주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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