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냄새 땀냄새 279

산사의 풍경 소리

기도/정채봉쫒기는 듯이 살고 있는한심한 나를 살피소서늘 바쁜 걸음을천천히 걷게 하시며추녀 끝의 풍경 소리를 알아듣게 하시고거미의 그물 짜는 마무리도지켜보게 하소서꾹 다문 입술 위에어린 날에 불렀던 동요를 얹어 주시고굳어 있는 얼굴에는소슬바람에도 어우러지는풀밭같은 부드러움을 허락하소서책 한구절이 좋아한참을 하늘을 우러르게 하시고차 한잔에도혀의 오랜 사색을 허락하소서돌틈에서 피어난 민들레꽃 한송이에도마음이 가게 하시고기왓장의 이끼 한낱에서도배움을 얻게 하소서 김동아 - 산사의 풍경소리 부귀영화 부질없고 만성원자 속절 없어눈 감으면 바람이요 눈 뜨면은 구름이라대자대비 부처님전 선도 악도 덧없는 것 저 산사의 풍경소리 무슨 한이 남았는가 끌어주고 안아주며 손잡으며 웃어주리 억조창생 높은 욕망 망군기지 높은 깃발..

흙냄새 땀냄새 2024.11.28

산청 수선사

연못이 아름다운 절 수선사를 다녀왔다.사찰 여행의 명소로 잘 알려진 절이면서 가까운 곳에 있는 절을 이제야 가게된다니까 같이 간 절친께서 한소리 하신다. "이 친구, 아직은 절맛을 모른다니까""수선사를 안 가보고는 절의 운치를 논하지마라."역시 정원이 아름다운 절, 실감  하겠다.대표적인 연못에 연꽃은 스러지고 단풍나무도 이미 잎을 떨군 늦가을 풍경이 그냥 엉성해서 좋구나 연못 위에 얽어 논 나무다리가 불안하게 운치를 더해준다.참으로 묘한 연밭이다.이 곳엔 구름도 하늘도 한 몫 한다.갑자기 서늘해 진 날씨 덕분에 다른 관람객들이 없어서 좀 을씨년 스럽다이 작은 단풍나무에 잎이 아름다울 때 올걸..이미 황량항 나뭇가지 뒤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물레방아가 있다  돌고도는 물레방아인생~!  연못 위에 지어..

흙냄새 땀냄새 2024.11.27

지리산 단풍

늦가을 단풍 놀이나 갈꺼나? 실은 단풍도 이미 때늦은 겨울의 길목에서 쓸쓸하게 가을을 보내는 여인,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은 동창 만나러 간다. 아침까지 내려준 가을 비와 적당히 흔들어 주는 바람으로 먼지를 털어낸 나뭇잎이 광채를 뿜는다 산청의 한적한 그녀의 집에 도착하니 우려했던 비는 그치고 가을 하늘이 높고 깨끗하여 우리들의 동심을 보는 듯하다지리산 초입에 들어서니 역시 아름답구나.울긋불긋, 온 산이 단풍이구나.가을의 정취에 온통 배부른 풍년이구나. 개통의 소식을 전하는 기사를 통해 알아보자.산청군 지역주민들의 가장 큰 숙원사업 가운데 하나였던 지리산 터널(밤머리재 터널)이 오는 21일 개통한다.20일 산청군에 따르면 21일 오후 2시 ‘삼장~산청 국도건설공사’ 개통식을 열고 이날 오후..

흙냄새 땀냄새 2024.11.26

오직 쓰기 위하여-陳雪(천쉐)作

이 책은 『악녀서』로 문단에 혜성처럼 등장해 30년간 타이완 소설의 중심부에서 활동해온 중견 작가 천쉐의 글쓰기 특강이자 작가 되기 수업이다. 소설을 쓰기 위해 태어났다고 해도 될 만큼 작품에 생을 건 저자는 쓰는 자의 존엄과 생존의 기술을 거침없이 풀어놓았다. 이 책의 쓰임새를 몇 가지로 요약 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고 글쓰기가 내 생명의 핵심이라 여기지만 완성은 잘 못 하는 이들을 위한 지침서다. 둘째, 생업과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는 이들에게 둘 사이에서 균형 잡기를 알려주는 가이드라인이다. 셋째, 내가 쓰려는 작품과 외부 일(청탁 원고, 강연, 심사) 사이에서 중심을 잃지 않으려는 전업작가들을 위한 조언이다. 글을 쓸 때에만 비로소 자기 자신이 된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

흙냄새 땀냄새 2024.11.25

지혜의 바다

이곳은 내가 자주 이용하는 도서관으로 절친의 아지트이자 나와의  회합 장소다.오늘도 도서 반납 차 왔다가 그를 만나 저녁까지 잘 대접받고 돌아왔다. 이 동네 살면서 자기의 개인 집무실처럼 유용하게 이용하면서 가끔 소식도 전해주는 그는 독서의 전도사 역할에 충실하다.  입구에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가 년말이 다가왔음을 일러준다빽빽히 들이찬 서가를 보면서 항상 독서의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중앙 무대에선 각종 교양 프로그램과 문화 행사를제공하는 곳이기도 하다.오늘은 특별한 게시물이 있어 잠깐 소개를..우리의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1층에 게시된 노벨문학상 관련 자료들ㅇ

흙냄새 땀냄새 2024.11.21

우포늪 겉돌기

오늘은 친구와 우포늪을 다녀왔다. 그냥 겉돌다 왔다.순전히 우리끼리 우의를 다지고 확인하는 자리일 뿐,  따로 보고 느낀다는 아무런 감흥도 없이 무작정 차를 몰아 여기까지 온 것이다. 1억4천만년의 역사에서 그저 찰나에 불과한 우정의 세월이 허망하고 부질없다는 생각이다.  늪인지 하늘인지 알 수 없는 늦가을 풍광이 성큼 다가 서 있다. 나이 먹은 고향의 친구끼리 마지막 우정이나마 챙겨보자는 친구의 고마운 제의에 흔쾌히 같이 한지가 꽤 오래된 듯하다.그러니까 옥은회를 결성할 시점인 금년 봄부터 특별한 일이 없으면 우리는 만나고 목욕하고 점심을 같이 해왔다.고향 친구들의 모임인 옥은회에서 단연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얼마나 더 지속되고 실속있는 회합이 될런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설령 이것이 내일 무산되고 말..

흙냄새 땀냄새 2024.11.20

차도하 에세이 -일기에도 거짓말을 쓰는 사람

외출에서 돌아오니 책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구나.참 놀라운 세상, 아침에 주문한 책이 저녁에 먼저 와 있다는 사실을 그냥 '빠르다' 정도로 지나칠 수가 없어 한마디 옮기자니 도저히 그 속도감을 나타낼 방도가 없다. 서울에서 여기 진해까지, 드론으로 그냥 날려 보낸 것같은 느낌이다. 일기에도 거짓말? 그렇구나 "일상과 생각을 가감없이 말하는 게 힘들어서" 그렇단다."고백 받고싶지않은 고백을 받는 사람처럼 조마조마해지고,결국은 거짓말을 하게" 된단다강지혜 시인의 추천사를 보자."움추러든 내 어깨를 누군가 톡톡, 친다. 차도하다."  "언니, 잠깐 비켜보세요.  차도하는 진실 앞에 선다."빙긍빙글 웃으며, "어디 보자, 널 어떻게 주물러 줄까? 진실은 차도하의 손안에서 높은 성이 되었다가 이제 막 날아오르는..

흙냄새 땀냄새 2024.11.19

단풍, 이삭줍기

오늘 다시 성주사로 향한다내년 수능 준비에 여념이 없는 공주에게 생각없이 할머니가 성주사 단풍을 보여준 게 얘의 심란한 정서에 자극제가 되었던 모양이다. 잠깐 만이라도 현장을 구경을 시켜달라는 요청이다. 고마운 마음으로 학원 시간을 앞당겨서 출발, 성주사 주차장에 다다랐다어제는 공용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숲속 나들이 길을 돌아 성주사를 거쳐 도보길을 이용했더니어제는 보지 못했던 절경, 오늘 성주사 사찰 주차장에 도달하고 보니 어제보다 더 화려하고 예쁜 단풍들이 피어있다.-얘의 "피어있다"는 낯선 표현에 할머니는 "단풍은 물드는 것"이라고 바른 표현을 일러준다.ㅎㅎ 피어있건 열려있건, 조손간에 열려있는 정서적 감성이 살아있음에 고마울 따름이다. 수능 준비에 지쳐있을 고2생의 학생으로서 갖춰야 할 감성이 시..

흙냄새 땀냄새 2024.11.17

성주사, 숲속 나들이 길

낙엽 쌓인 가을 산행에 나섰다산꾼과의 국사봉 산행을 기피하는 대안으로 내가 제시한 성주사 '숲속 나들이길'이나 한번 걷기로 하였다 성주사 공용주차장에서 불모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처음부터 가파르다.아직은 푸르름이 가시지 않은 나뭇잎들을 무색하게 하는 낙엽이 등산길을 가득 채우고 있다.소나무 숲길로 들어서니 평탄한 등산길을 막아서는 깃발, 한전에서 설치한 산불조심 안내문이다."송전선로 부근 산불 발생시 신고하여 주시면 사례금을 드립니다"꾼의 종용을 뿌리치고 옆으로 빠지자 그도 따라 성주사 쪽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하산길에 들어서는 길이다오늘도 산행길은 허탕이라구..그런 와중에도 그는 약초꾼으로서의 본분을 잃지 않는다. 산부추꽃을 부여잡고"이게 뭔지 알겠소?"그러거나 말거나 단풍 하나는 끝내 준다별안간 ..

흙냄새 땀냄새 2024.11.16

몸의 현주소

국가보훈부 발신 택배가 왔다. 월남전 참전 60주년을 계기로 하여 살아있는 참전 유공자들에게 주는 선물, 이미 1년여 전에 접수를 받고 제작 배부하는 [월남 참전 유공자 명예로운 제복]이다. 이제 와서 명예롭다 거나 고답다 하는 느낌도 없이 그냥 주니까 받는, 그런 선물이다. 이 제복을 입고 언제 어느 행사에 참여한다거나 외출을 하게 될런지도 알 수 없는 일이겠고 더욱이 이 옷에 대한 애착이 얼마만큼이나 있을런지는 한 번 생각을 해봐야겠지만 우선 내 몸에 맞는지 어떤지는 입어봐야 할 것이다.우선 하의를 끼워보니 그런대로 그냥 입을 수 있겠는데 상의는 너무 타이트하다.1년 전쯤인가 전화로 몸의 칫수를 상담할 때보다 한 칫수 정도 더 몸이 불어난 것이다. 알게 모르게 조금씩 불어나는 몸피를 이젠 옷의 칫수에..

흙냄새 땀냄새 2024.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