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챌린지 19

산청 수선사

연못이 아름다운 절 수선사를 다녀왔다.사찰 여행의 명소로 잘 알려진 절이면서 가까운 곳에 있는 절을 이제야 가게된다니까 같이 간 절친께서 한소리 하신다. "이 친구, 아직은 절맛을 모른다니까""수선사를 안 가보고는 절의 운치를 논하지마라."역시 정원이 아름다운 절, 실감  하겠다.대표적인 연못에 연꽃은 스러지고 단풍나무도 이미 잎을 떨군 늦가을 풍경이 그냥 엉성해서 좋구나 연못 위에 얽어 논 나무다리가 불안하게 운치를 더해준다.참으로 묘한 연밭이다.이 곳엔 구름도 하늘도 한 몫 한다.갑자기 서늘해 진 날씨 덕분에 다른 관람객들이 없어서 좀 을씨년 스럽다이 작은 단풍나무에 잎이 아름다울 때 올걸..이미 황량항 나뭇가지 뒤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물레방아가 있다  돌고도는 물레방아인생~!  연못 위에 지어..

흙냄새 땀냄새 2024.11.27

지리산 단풍

늦가을 단풍 놀이나 갈꺼나? 실은 단풍도 이미 때늦은 겨울의 길목에서 쓸쓸하게 가을을 보내는 여인,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은 동창 만나러 간다. 아침까지 내려준 가을 비와 적당히 흔들어 주는 바람으로 먼지를 털어낸 나뭇잎이 광채를 뿜는다 산청의 한적한 그녀의 집에 도착하니 우려했던 비는 그치고 가을 하늘이 높고 깨끗하여 우리들의 동심을 보는 듯하다지리산 초입에 들어서니 역시 아름답구나.울긋불긋, 온 산이 단풍이구나.가을의 정취에 온통 배부른 풍년이구나. 개통의 소식을 전하는 기사를 통해 알아보자.산청군 지역주민들의 가장 큰 숙원사업 가운데 하나였던 지리산 터널(밤머리재 터널)이 오는 21일 개통한다.20일 산청군에 따르면 21일 오후 2시 ‘삼장~산청 국도건설공사’ 개통식을 열고 이날 오후..

흙냄새 땀냄새 2024.11.26

오직 쓰기 위하여-陳雪(천쉐)作

이 책은 『악녀서』로 문단에 혜성처럼 등장해 30년간 타이완 소설의 중심부에서 활동해온 중견 작가 천쉐의 글쓰기 특강이자 작가 되기 수업이다. 소설을 쓰기 위해 태어났다고 해도 될 만큼 작품에 생을 건 저자는 쓰는 자의 존엄과 생존의 기술을 거침없이 풀어놓았다. 이 책의 쓰임새를 몇 가지로 요약 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고 글쓰기가 내 생명의 핵심이라 여기지만 완성은 잘 못 하는 이들을 위한 지침서다. 둘째, 생업과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는 이들에게 둘 사이에서 균형 잡기를 알려주는 가이드라인이다. 셋째, 내가 쓰려는 작품과 외부 일(청탁 원고, 강연, 심사) 사이에서 중심을 잃지 않으려는 전업작가들을 위한 조언이다. 글을 쓸 때에만 비로소 자기 자신이 된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

흙냄새 땀냄새 2024.11.25

오블완의 의미

은근히 자유의지를 짓누르는 프로그램이 있다.오늘도 자칫 놓치고 말았을 나의 일상을 용케도 붙들어 지탱케하는 고마운 프로그램이다.처음은 시험삼아 장난삼아 실행해 보았는데 이건 결코 장난이 아니다. 그리고 문학에의 의지를 버리지 않는 한 꼭 이루고 실행해야 할 과제이자 목표여야만 한 필요 불가결의 조건이다. 나에게 있어서는 알면서도 실행하지 못했던 숙제이면서 삶의 과제였던, 진실로 목숨을 걸고라도 도전해야 할 아니 진작에 도전하고 실행했어야 만 했던 요원의 숙원사업, 그것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럭저럭 오블완의 참여 2주가 지났다. 목표치의 반을 지나 삼분의 이를 넘겼으니 참 대단한 성과다완주를 했을 때 걸린 상품까지는 이제 6일이 남았는데 상품이야 줘도 그만 받아도 그만, 오로지 완주에 집중한다. 이어서 ..

일상 2024.11.24

진이정을 읽다

지금 이 시간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 진이정​흐르는 지금 이 시간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꽃이라고 별이라고 그대라고 명명해도 좋을까요 그대가 흘러갑니다 꽃이 흘러갑니다 흘러흘러 별이 떠내려갑니다 모두가 그대의 향기 질질 흘리며 흘러갑니다 그대는 날 어디론가 막다른 곳까지 몰고 가는 듯합니다 난 그대 안에서 그대로 불타오릅니다 그대에 파묻혀 나는, 그대가 타오르기에 불붙어 버렸습니다 지금 흘러가는 이때>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나는 누구의 허락도 없이 잎이라고 눈이라고 당신이라고 명명해봅니다 당신에 흠뻑 젖은 내가 어찌 온전하겠습니까 아아 당신은 나라는 이름의 불쏘시개로 인해 더욱 세차게 불타오릅니다 오 지금 흐르고 있는 이 꽃 별 그대 잎 눈 풀씨 허나 그러나 나도 세간 사람들처럼 당신을 시간이라 불러봅니다. ..

[중앙 시조 백일장 - 10월 수상작] ‘두 얼굴의 자아’ 보이듯 그려낸 시어

장원) 자화상의 오른쪽/김수지​내 안의 반대편은 무서울 때가 있다범람하면 폭발하는 억압된 마지노선어둠을 손에 쥔 악마 그 모습 들어 있다​상처 난 화가들의 자화상이 말해주듯아픔을 펴 바르면 표정은 다시 살아나저 혼자 감옥 안에서 색깔을 바꿔 간다​그럴듯한 본 모습 착하게 그리다가이젤 앞에 부딪쳐 굳어버린 웃음들서로는 두 개가 되어 바른쪽만 덧칠한다​◆김수지:부산 출생. 경희사이버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팔레트 포엠 동인.​차상)망자를 위한 꽃/최지윤​사람보다 먼저 온 꽃을 조문한다만발한 웃음 뒤엔 쓸쓸한 형용사어여쁜 죄가 있어 늘 꺾이고야 마는 생​잔치집 초상집 하루가 멀다 하고들러리 서다 보면 서러운 눈물 뿐짧은 명, 고운 게 죄라서, 품은 게 향기라서​통곡이 시들 즈음 표정도 시들어저무는 장례식 하나 ..

시조 모음 2024.11.22

지혜의 바다

이곳은 내가 자주 이용하는 도서관으로 절친의 아지트이자 나와의  회합 장소다.오늘도 도서 반납 차 왔다가 그를 만나 저녁까지 잘 대접받고 돌아왔다. 이 동네 살면서 자기의 개인 집무실처럼 유용하게 이용하면서 가끔 소식도 전해주는 그는 독서의 전도사 역할에 충실하다.  입구에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가 년말이 다가왔음을 일러준다빽빽히 들이찬 서가를 보면서 항상 독서의 포만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중앙 무대에선 각종 교양 프로그램과 문화 행사를제공하는 곳이기도 하다.오늘은 특별한 게시물이 있어 잠깐 소개를..우리의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1층에 게시된 노벨문학상 관련 자료들ㅇ

흙냄새 땀냄새 2024.11.21

우포늪 겉돌기

오늘은 친구와 우포늪을 다녀왔다. 그냥 겉돌다 왔다.순전히 우리끼리 우의를 다지고 확인하는 자리일 뿐,  따로 보고 느낀다는 아무런 감흥도 없이 무작정 차를 몰아 여기까지 온 것이다. 1억4천만년의 역사에서 그저 찰나에 불과한 우정의 세월이 허망하고 부질없다는 생각이다.  늪인지 하늘인지 알 수 없는 늦가을 풍광이 성큼 다가 서 있다. 나이 먹은 고향의 친구끼리 마지막 우정이나마 챙겨보자는 친구의 고마운 제의에 흔쾌히 같이 한지가 꽤 오래된 듯하다.그러니까 옥은회를 결성할 시점인 금년 봄부터 특별한 일이 없으면 우리는 만나고 목욕하고 점심을 같이 해왔다.고향 친구들의 모임인 옥은회에서 단연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얼마나 더 지속되고 실속있는 회합이 될런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설령 이것이 내일 무산되고 말..

흙냄새 땀냄새 2024.11.20

차도하 에세이 -일기에도 거짓말을 쓰는 사람

외출에서 돌아오니 책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구나.참 놀라운 세상, 아침에 주문한 책이 저녁에 먼저 와 있다는 사실을 그냥 '빠르다' 정도로 지나칠 수가 없어 한마디 옮기자니 도저히 그 속도감을 나타낼 방도가 없다. 서울에서 여기 진해까지, 드론으로 그냥 날려 보낸 것같은 느낌이다. 일기에도 거짓말? 그렇구나 "일상과 생각을 가감없이 말하는 게 힘들어서" 그렇단다."고백 받고싶지않은 고백을 받는 사람처럼 조마조마해지고,결국은 거짓말을 하게" 된단다강지혜 시인의 추천사를 보자."움추러든 내 어깨를 누군가 톡톡, 친다. 차도하다."  "언니, 잠깐 비켜보세요.  차도하는 진실 앞에 선다."빙긍빙글 웃으며, "어디 보자, 널 어떻게 주물러 줄까? 진실은 차도하의 손안에서 높은 성이 되었다가 이제 막 날아오르는..

흙냄새 땀냄새 2024.11.19

차도하 시 읽기

차도하 시집을 주문한다.2020년 한국일보 신춘문에 당선작을 그 때 읽었지만 그때는 각 신문사의 신춘문예 당선작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지라 미처 느끼지 못했었는데, 그리고 그를 곧 잊어버리고 말았는데...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그의 시를 읽고 시집을 주문하고 있으니 좀 생뚱맞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각설하고 스무살에 신춘문예 당선의 영예를 얻고 24살의 젊은 나이에 사인은 미공개로 타계하고 만 그녀의 삶이 안타깝고 애절하다.유고 시집이 되고 만 첫 시집 이전에 발표한 산문집이 있어 어렴풋이 짐작이 가는 모양이지만 나로서는 그 내용도 사연도 알지못한다. 다만 그의 시편들이 이리도 아린데, 시라는 장르에서 이토록 절절한데 어찌 외면할 수 있겠는가?  그의 시에서 보여주는 시적 언술이 이렇게까지 도도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