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령 懸鼓樹 현고수/박형권 나는 북을 걸어둔 느티나무다 몇 발자국 뒤의 생가에서 나와 둥두둥! 북을 두드리는 마흔 살 선비다 그 선비의 붉은 철릭이어서 뿌듯하다 육백년을 살았어도 불혹의 깊은 속을 다 읽지는 못하지만 선비와 나는 한 몸이다 나는 성리학을 알지 못한다고 기록되었고 별시문과.. 흙냄새 땀냄새 2020.03.31
삼포 가는 길 문병우 추모특집 송정암에서, 삼포 가는 길 / 강선덕 그 때 우리들이 밤새 불렀던 그 노래를 오늘 작심하고 불러제끼자 혜강이 따라 부르고 병우를 대신하여 혜범이 또 따라 부른다. 영문도 모르는 각초가 탁자를 두드리는데 왕년에 드럼깨나 익힌 솜씨다. 구석에 서있는 기타를 들고 와 .. 흙냄새 땀냄새 2020.03.31
태복산 산행 정상 0,1km전 낙오할 일도 포기할 일도 없는 지점이다 여기서 잠깐, 흘린 땀과 함께 젖어오는 자괴감에서 잠시 쉬어갈 참이다 정상을 엎으지면 코닿을 지척에 두고 느긋해진다. 안도감에 신발을 벗고 그동안 애 쓴 다리에게도 위무를 해야지 지천에 널브러진 꽃소식을 외면한 채 TV에 머리.. 흙냄새 땀냄새 2020.03.31
철새천국 주남 철새천국 주남, 가창오리떼 새떼를 베끼다 / 위선환 새떼가 오가는 철이라고 쓴다새떼 하나는 날아오고 새떼 하나는 날아간다고, 거기가 공중이다, 라고 쓴다 두 새떼가 마주보고 날아서, 곧장 맞부닥뜨려서. 부리를, 이마를, 가슴뼈를, 죽지를, 부딪친다고 쓴다 맞부딪친 새들끼리 관통.. 흙냄새 땀냄새 2019.12.12
2019, 비맞은 가을 주남 비맞은 가을 주남, 깊어진 가을바람을 맞는다. 겨울이 목전에 이른다. 아니 벌써 목을 죄고있는 겨울이다 물위에 던져진 나무토막처럼 떠다니는 저 이상한 물체를 알아봤더니 청둥오리라는구나 꼬물꼬물, 참 굼뜨게 유영하고있다. 현미경으로 들여다 본 정자들의 활동이 꼭 저와 같았다 .. 흙냄새 땀냄새 2019.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