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읽기

제1회 천강문학상 수필부문 금상-추임새/안미자

시치 2010. 4. 16. 01:17

추임새/안미자

 

 

                                              

 

판소리와 마당놀이에서 고수가 얼-쑤, 좋다. 그렇지,만 추임새 인 줄 알았다.

그런데 무대에서 소리꾼의 흥에 박수를 보내고 끝날 무렵에 관객이 휘파람을 불며 앵콜 박수를 보내는 것도 추임새로 본다.

엄마의 뱃속에서 자라는 아기에게 태교를 하는 것도 추임새이지 싶다. 엄마와 아빠의 목소리로 동화를 읽어주고 동요로 된 태교음악을 들려주면 태동을 한다고 한다. 그것은 흥겨움의 소통이 아닐까 어느 의학박사가 방송에서 말을 했다. 뱃속에서 태교를 받지 못한 아이는 출산 후에도 엄마가 아기에게 주는 사랑이 충분하지 못할 때 자폐아가 된다고 했다.

추임새란 심장과 심장이 부딪치게 하는 소통의 끈인가 싶다.

아기에게 까꿍까꿍을 하면 아기는 방그레 웃는다. 알고 웃는지 모르고도 웃는지 모르겠지만 아기가 먼저 알아듣는 것이 까꿍까꿍 이다. 사랑의 추임새로 아기에게 까꿍까꿍을 하면 아기는 깔깔거리면서 웃는다. 그리고 어린아이가 재주를 부릴 때에도 참 잘했어요라고 박수를 쳐주고 엄지손가락을 딱 맞춰주면 아이는 더욱더 흥겨워 한다. 추임새라고 말하고 싶은 것은 흥겨움으로 소통을 한다는 뜻이다.

 독서를 할 때도 어느 한 대목에 글이 아름답거나 가슴이 찡하면 나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면서 바로 이것이다 하고 무릎을 탁 칠 때가 있다. 저자는 내가 무릎을 탁치는 추임새를 모른다. 그렇지만 내가 저자에게 보내는 추임새는 박수치기 아닌 무릎치기다. 이것이 나의 추임새 기법이다. 수필을 쓸 때에도 추임새를 넣는다. 글을 쓰다가 글이 싱거우면 짭조롭한 비유법으로 추임새를 넣는다. 그것은 글에 리듬을 맞추어 톡 쏘는 맛을 내기 위해서다.

며칠 전에 유치원생인 6살짜리와 4살짜리 손녀 둘이서 독도는 우리땅의 가사를 하나도 빠트림 없이 불렀다. 4살짜리는 제 언니의 어깨 너머로 배운 실력이다. 티이브에서 독도는 우리땅의 노래를 가수가 열창을 해도 나는 우리땅 우리땅의 추임새를 넣지 않았다. 그런데 손녀들이 독도는 우리땅 노래를 부르면 우리땅 우리땅 바로 이것이로구나 하고 손뼉을 탁탁 치면서 우리땅 우리땅 추임새를 넣는다. 손녀들은 하와이는 미국땅 대마도는 몰라도 독도는 우리땅 을 무 반주로 리듬으로 부른다. 나도 무 반주 리듬으로 우리땅 우리땅을 목청을 한층 더 높이면서 추임새를 넣는다. 추임새란 분위기를 맞추기 위해서 넣는 것도 있겠지만 독도는 우리 땅처럼 심장이 뜨거워지게 넣는 추임새도 반듯이 필요하겠다.

나는 깜짝 놀라면서 바로 이것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을 유치원에서부터 독도는 우리땅 노래를 가르쳐 부르게 하고 가족들이 우리땅 우리땅으로 추임새를 넣는다면 독도는 오징어와 문어, 꼴뚜기, 물새알 그리고 재주를 잘 부리는 돌고래와 거친 파도, 갈매기를 데리고 안도의 숨을 크게 내쉬고 편안하게 제자리를 지킬 것이고. 일본 사람들의 억지와 망언은 우리 땅 우리 땅의 추임새에 자연스레 밀려 나고 말 것이다. 추임새. 즉 흥겨울 때만 넣는 것이 아니고 사랑과 애정에도 넣는다.

나는 아침에 앞산에 오른다. 초입에서 10분 정도 지나면 조릿대 군락지가 있다. 아침이라 새들도 잠에서 깨어 기지개를 쭉 펴는지 시끄럽다. 봄바람은 잎새를 키워 올릴 만큼 시끄럽고, 여름바람은 연녹색을 초록으로 물들일 만큼 시끄럽다. 가을바람도 낙엽이 떨어질 만큼시끄럽다. 그러다가 겨울바람이 휘몰아치면 조릿대는 제법 세게 일렁이면서 잎새들끼리 부딪쳐 서걱서걱 시끄러운 소리를 낸다. 이때의 시끄러운 소리가 추임새다. 왜냐하면 흔들린 잎이 향기를 뿜어 내기 때문이다. 조릿대 숲을 지나면서 잘 잤니? 인기척을 내는 내가 조릿대도 반갑지 싶다.

아침이면 조릿대 향기와 동행을 한다.

 

천강문학상은 의령군이 의병장인 천강 곽재우 홍의장군의 숭고한 뜻을 기리고 충의정신 함양 및 문학의 저변확대와 우수문인 배출은 물론 인물의 고장인 청정 의령의 가치를 전파하기 위해 제정한 문학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