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를 펴 들었다. 어제 일부러 던져놓은 숙제이기에 오늘은 나와의 약속을 지킨다는 차원에서 '陳雪'와 만났다.
"눈만 높고 실력은 못 따라간다면?"
"글을 쓸려면 반드시 책을 읽어야 한다. 광범위하게 깊이있게 읽어야 한다. 고전을 읽고 좋은 책을 읽어야 하며 심지어는
기술 관련 책도 읽어야 한다.책 읽기를 안 좋아하면서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것은 이상하다."
"책을 많이 읽어서 실력에 비해 눈만 높아지는 걸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이 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참 싱거운 언술이다. 신선감이 없는 도식적인 글쓰기 지침서다.
세상에 이런 것도 모르는 바보가 있을까? 싶다.
좀 더 읽어볼까? 그래도 당대의 석학, 권위있는 천하의 유명 작가임에 인내심을 갖고 책장을 넘긴다.
"시작부터 좋은글이 나오지 않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제아무리 위대한 작가라 해도 펜을 들자마자 완벽한 글을 써 내진 않는다."
"어떤 시작이든 늘 어렵다.시작이 어렵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 써야하는 것이다."
"글쓰기에서 가장 두려움은?"
"동기부여가 안 되는 것, 무엇을 써야할지 모르는 것,
쓰겠다는 의욕이 없는 것.
하지만 그것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쓰고 싶은 것이 정 없으면 쓰지 말자. 글감이나 욕망이 샘솟아 넘쳐날 때 다시 쓰면 된다. 계속 없으면 다른일을....."
ㅎㅎ,이런 막말이 어디있는가? 인내심을 가지고 책장을 넘기자..
"시작이 힘들다면?"
"내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거칠게 쓰는 것이다.
쓰고싶은 것을 일단 가장 직설적인 방식으로 써보자. 투박하고 울퉁불퉁해도 상관없다.
우리는 지금 시작에 어려움을 겪고있을 뿐이다.
일단 써낸 다음 보완하면 된다.심지어 모조리 지워버려도 관계없다. 정말로 쓰려는 것을 쓰고나서 고치고 다듬으며
더 나아가는 과정을 거치는 것, 이것이 긍정적인 순환임을 알게 되리라.
일단 펜을 들고 쓴다. 그 다음 고친다.
펜을 들지 않고서 나중의 글쓰기란 있을 수 없다. 계속해서 고쳐나가는 것을 잊지 말자.
모조리 다시 써야 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지만, 글을 쓸 수 있다는 느낌을 기억하는 거다.
퇴고는 좋은 작가라면 반드시 거쳐가는 길이다. 만족할 때까지 천천히 고쳐나가자."
그렇구나. 정답은 이것이다. 거칠게라도 쓰고 볼 일이다.
비로소 책값을 건졌다. 감사합니다.
글쓰기에서 시작이 얼마나 어렵고 힘들다는 것, 그리고 그 어려움의 타개야 말로 지금 내가 극복해야 할 과제임을 통감하고 이 참에 확실한 글쓰기의 일상을 확보하리라. 더욱이 오늘 6일차를 맞는 숙제의 장, <오블완 채린지>의 글쓰기와도 일맥 상통하는 길이기에 더욱 당위성을 확보하게 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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