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가장 춥다는 일기예보에 이불을 뒤집어 쓰고 여늬 환자들처럼 게으름에 겨워 누웠다가 이러면 안되지..
병원에서 주는 점심을 얻어먹고 완전무장을 한다.
매일 빠지지 말고 걷는것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병원측의 권고로 주변을 걷기로 한 것이다. 목표는 동전고개, 멀지않은 길이지만 약간의 오르막길에 바람이 좀 차가운 길이다.
그동안 게으름과 나태함을 반성도 할 겸 추위와 한 번 맞서보는 것이다.
오늘은 작심하고 블로그에 올릴 사진을 좀 찍고 오리라 . 오르는데 맨 먼저 잡히는 게 왕벌집이다
때에 맞춰 보이는 저 건너 남향 집들이 따스하게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구나. 참 그 동네 따시겠다.
오르면서 보이는 확 트인 시야를 열고 당겨보니 옹기종기 모여있는 집들이 아늑하고 정겹다.
아직 한 번도 가 보지 않은 마을이지만 이렇게 정겨울 수 있다는 게 참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다. 그것도 먼거리에서 바라다 본 작은 마을에 있어서랴.. 창원의 시내거나 아니면 동읍의 평수가 그냥 국민평수 정도라는 기준을 잡고 상대적으로 좀 싸고 저렴한 빌라나 아파트를 찾아 헤매다가 계약 직전에 마음을 바꿔버린 우리들의 입장인데 말이다.
사실 자가에 대한 강한 욕구에 여기저기 창원의 입지를 살펴보고 집들을 살펴봤지만 이 쪽 방향으로는 엄두에도 없었는데
오늘 우연히 이곳에서 살았으면 하는 막연한 욕구를 갖는다는 게 이상할 따름이다.
LH 임대주택에서 불만없이 살다가 미련없이 말년을 살다 가리라고 우리는 다짐을 했었는데...
일단 이 마을에 한 번 가 보기로 한다.
어쩌면 이곳이 내가 살고싶은 고즈넉하고 따뜻한 나의 안식처가 있을런지도 모른다니까..
이 마을로 가는 길은 여기 아닌 반듯한 길이 따로 있다. 오늘은 동전고개에서 바라다 본 저 건너 마을, 길 아닌
길을 가는것이다
이 마을엔 하늘도 구름도 소나무도 동백도, 벌거벗은 나목 바위 서껀, 죄다 한통속이다.
점점이 빛깔나는 풍경이 된다
황금빛 측백나무 울타리. 가건물 뒤에 숨어있는 2층 양옥집을 갖춘 무슨 농장이라는 이름의 묘목 단지를 지나쳐 걷는 중이다. 이 곳에는 묘목을 전문으로 키우는 단지가 여럿 있구나
마을 입구에 들어서니 흙벽담의 건물이 길가에 서있는 가운데 조립식 목조가옥이 대조를 이루는 참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남의 동네 같지않은 친밀감에 성큼 들어서고 싶은 마을 현판이 내 고향마을 처럼 정겹다. 나 여기 이 동네에서 살고싶다.
마을 앞에 운치를 더해주는 연못같은 작은 저수지가 있어 더욱 아름다운 마을이다. 물빛이 탁하기로 가까이 가서 보니 흙탕물인데 그것도 얼기설기 얼어있다. (겨울 가뭄을 이용하여 바닥을 다시 퍼내고 정비공사를 했는 듯 하다.)
-내려오는 길은 따로 병원 방향으로 질러가는 길이다. 여기도 군데군데 묘목원이다.
한 때 내가 궁리를 해 본 적 있는 농사이기도 하다
열대식물이 추위에 잔뜩 움추리고 있는 모습을 보며 저 산 너머 하늘에선 세차게 햇빛을 쏘아주고 있구나.
그러기에 세상은 더불어사는 것, <萬物同根>이라 카는 거 이이가~ㅎㅎ
가까이 가서 살펴보니 묘목원의 나무들이 꽤나 값이 나갈 것 같아 보인다.
묵지마을에 정착한다면 저런 소나무 몇그루도 심고, 운치를 살린 정원도 적당히 가꾸어야지, ㅎㅎ!!!
저기 들판 한 가운데 커다란 노거수 한분 계신다.
우리나라 어딘들 없는 곳 있겠냐 만 보호수 푯말을 세워 놓은 게 꽤나 오래 된 나무임엔 틀림없다
바짝 마른 논바닥이 딱딱하게 얼어있는 금년 최고의 한파를 딛고 가까이 가보자 마치 의령군 홍의장군 곽재우 마을에서 보았던 노거주 <懸鼓樹>(현고수)를 보는듯 위엄이 당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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