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규의 시론(27) - 질문과 과녁 정진규의 시론(27) - 질문과 과녁 File : --> By 기억나지 않지만 물 속엔 깨끗한 물 속엔 꽃의 두근거림이 있다고 누군가가 말했다 이른 새벽에 봄날 새벽에 안개를 헤치고 가서 풀밭을 한참 걸어가서 물가에 당도하여서 젖은 발로 그걸 보고 들었다고! 그는 다시 말했다 햇살이 그의 따뜻한 혀로 이슬들 .. 정진규 시론 2008.08.18
정진규의 시론(26) - <난蘭이야 난蘭에 피다> 정진규의 시론(26) - <난蘭이야 난蘭에 피다> File : --> By 아주 경쾌한 시들 125편을 한 권의 시집으로 묶은 ([나비야 청산 간다], 삶과 꿈, 1999. 8.) 이흥우 시인의 시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해에서 해는 노닐며 이드를 이드를 타도다. 붓은 붓에서, 난蘭이야 난蘭에 피다. 시집에는 들어가 있지 않지.. 정진규 시론 2008.08.18
정진규의 시론(25) - 사랑의 <이음매>를 위하여 정진규의 시론(25) - 사랑의 <이음매>를 위하여 File : --> By 음악용어 가운데 아주 매력 있는 말이 하나 있다. <레가토 legato>가 바로 그것이다. 악보를 읽다 보면 음표 위 또는 밑에 초승달 모양의 표가 높이가 다른 두 음표를 서로 이어 주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사전을 보면 이 기호를 <슬러 slur&.. 정진규 시론 2008.08.18
정진규의 시론(24) - 천진성, 빗장을 열고 맨발로 다가오는 정진규의 시론(24) - 천진성, 빗장을 열고 맨발로 다가오는 File : --> By 골목에서 골목으로 저기 조그만 주막집 할머니 한 잔 더 주세요. 저녁 어스름은 가난한 시인의 보람인 것을 흐리멍컹한 눈에 이 세상은 다만 순하디순하기 마련인가 할머니 한 잔 더 주세요. 몽롱하다는 것은 장엄하다. 골목 어귀에.. 정진규 시론 2008.08.18
정진규의 시론(23) - 겸허와 자제의 아름다움 정진규의 시론(23) - 겸허와 자제의 아름다움 File : --> By 팬티 끈이 늘어나 입을 수가 없다. 불편하다. 내 손으로 끈을 갈 재간이 없다. 제 딸더러도 끈을 갈아 달라기가 거북하다. 불편하다. 이제까지 불편을 도맡았던 아내가 죽었다. 아내는 요 몇 해 동안 나더러 설거지도 하라 하고, 집 앞 길을 쓸라고.. 정진규 시론 2008.08.18
정진규의 시론(22) - <시끄럽게, 신나게> 정진규의 시론(22) - <시끄럽게, 신나게> File : --> By 모든 사람은 꽃이다 감히 피어 본 꽃들이다 불까 말까 한 바람에도 당장 떨어지고 있다 살아생전 절대 안정 절대로 절대 안정이다 오늘 나는 절대 안정 중인 꽃이 다섯 송이 나란히 길에 앉아(할머니들이다) 열심히 감을 먹고 있는 모습을 봤다 그.. 정진규 시론 2008.08.18
정진규의 시론(21) - 시를 위한 여섯 개의 노트 정진규의 시론(21) - 시를 위한 여섯 개의 노트 File : --> By 순수에 대하여 닦아 낼 생각. 벗겨 낼 생각. 그것은 정갈함이 아니라 도망가기이다. 그 <때의 벗김>을 사랑하기. 그 상처를 내 것으로 속속들이 같이 입기. 그것이 옳다. 비워내기에 대하여 <비워내기>의 <-내기>는 <비우다>는 동.. 정진규 시론 2008.08.18
정진규의 시론(20) - <컴맹>의 아름다움 read: 592 정진규의 시론(20) - <컴맹>의 아름다움 File : --> By 산문은 말할 것도 없고 원고지에 정성스레 쓰인 육필 시고를 거의 만날 수가 없다. 책을 만들고 있는 내 책상 위에 놓이는 원고들은 거의 모두가 컴퓨터로 두드려 뽑은 것들이다. 그것도 원본이 아니라 팩스로 들어온 것들이다. 디스켓 한 .. 정진규 시론 2008.08.18
정진규의 시론(19) - 책읽기, 그 아름다운 간음 정진규의 시론(19) - 책읽기, 그 아름다운 간음 File : --> By 좋은 글은 다시 태어난다. 좋은 글은 읽는 사람의 <지금>으로 자리바꿈한다. 그런 착각의 실체를 지니고 있다. 그 글이 소재나 제재로 삼았던 가장 사실적인 어떤 사물보다도 용량의 자재로움을 지니고 있다. 운동이다. 그것은 냉엄하고 준.. 정진규 시론 2007.10.28
정진규의 시론(18) - 비애의 장르 정진규의 시론(18) - 비애의 장르 File : --> By 나는 곧바로 알아들었다. 여기서 <알아들었다>는 말은, 그 이상의 말은 사족이 되리만치 이른바 요해了解, 또는 요득了得, 요오了悟 Verstehen가 가능했다는 이야기인데, 이는 과장된 드러냄일 터이고 좀더 직접적으로 말한다면 발화자와 청자로서의 나 사.. 정진규 시론 2007.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