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시 250

시인 김사인의 시 여섯 편

박진성추천 0조회 28421.02.04 11:40댓글 0 북마크기능 더보기 게시글 본문내용 * 장마 공작산 수타사로 물미나리나 보러 갈까 패랭이꽃 보러 갈까 구죽죽 비는 오시는 날 수타사 요사채 아랫목으로 젖은 발 말리러 갈까 들창 너머 먼 산이나 종일 보러 갈까 오늘도 어제도 그제도 비 오시는 날 늘어진 물푸레 곁에서 함박꽃이나 한참 보다가 늙은 부처님께 절도 두어 자리 해바치고 심심하면 그래도 심심하면 없는 작은 며느리라도 불러 민화투나 칠까 수타사 공양주한테, 네기럴 누룽지나 한 덩어리 얻어먹으러 갈까 긴 긴 장마 - 김사인, 시집 『가만히 좋아하는』중. * 달팽이 김사인 귓속이 늘 궁금했다. 그 속에는 달팽이가 하나씩 산다고 들었다. 바깥 기척에 허기진 그가 저 쓸쓸한 길을 냈을 것이다. 길 끝에..

시인의 시 2021.03.28

김희준 시 보기(8편)

제페토의 숲 (외7편)/김희준 거짓일까 바다가 격자무늬라는 말 , 고래의 내장에서 발견된 언어가 촘촘했다 아침을 발명한 목수는 창세기가 되었다 나무의 살을 살라 말을 배웠다 톱질 된 태양이 오전으로 걸어왔다 가지 마 , 나무가 되기 알맞은 날이다 움이 돋아나는 팔꿈치를 가진 인종은 초록을 가꾸는 일에 오늘을 허비했다 숲에는 짐승 한 마리 살지 않았다 산새가 궤도를 그리며 날았다 지상의 버뮤다는 어디일까 숲에서 나무의 언어를 체득한다 목수는 톱질에 능했다 떡갈나무가 소리 지를 때 다른 계절이 숲으로 숨어들었다 떡갈나무 입장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목수는 살목범 (殺木犯 )이었으므로 진짜일까 피노키오 , 피노키오 떡갈나무 피노키오 개구쟁이 피노키오 피노키오 , 피노키오 귀뚜라미 떡갈나무 요정은 피노키오를 도..

시인의 시 2020.12.27

보리멸의 여름(외 3편)/최형심

보리멸의 여름(외 3편)/최형심 나의 노래는 은색 휘양을 두른 유월의 바다 위에서 왔다. 모래무치를 묻은 발아래는 적란운…… 외가지에 드리운 실잠자리 주검에 뒷머리를 앓는 아이가 물 위를 떠갔다. 해루질에 지친 몽상가의 아이들과 등롱을 걸고 할미울에서 물그림자를 길어 올렸다. 도르래를 타고 곡식들이 키를 늘이면 주화 속 첨탑으로 걸어 들어가 저녁종을 칠 거야. 고래와 구름 사이로 신들이 내려와 늘 푸른 생선이 소녀들처럼 나이를 먹었다. 뭍사람들은 폐허가 벗어놓은 햇살 쪽으로 가서 눈이 멀었다. 가벼운 신을 신은 전령사들이 수림(樹林)에 청무를 심을 때면 쉬이 해거름 오고 일곱 국경 너머 숨비소리 들려왔다. 농막에 어린잎들이 엎드려 잠들었다고 평발의 물고기좌에선 외뿔을 가진 점자들이 점점이 섬을 이루었다...

시인의 시 2020.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