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시인 함민복 시 모음 긍정적인 밥 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덮어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 시인의 시 2017.12.08
[스크랩] 함민복 시 모음 * 가을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 묵상 삼백 년 묵은 느티나무에서 하루가 맑았다고 까치가 운다 잡것 * 詩 아무리 하찮게 산 사람의 生과 견주어보아도 詩는 삶의 蛇足에 불과하네 허나, 뱀의 발로 사람의 마음을 그리니 詩는 사족인 만큼 아름답네 * 뻘 말랑말랑한 흙이 .. 시인의 시 2017.12.08
[스크랩] 신용목 시 모음 거미줄 / 신용목 아무리 들여다봐도 저 지도를 읽을 수 없다 세월은 잠들면 九天에 가 닿는다 그 잠을 깨우러 가는 길은 보이는 곳보다 보이지 않는 곳으로 더 많이 향하고 길 너머를 아는 자 남아 지도를 만든다 끌린 듯 멈춰 설 때가 있다 햇살 사방으로 번져 그 끝이 멀고, 걸음이 엉켜 .. 시인의 시 2017.11.15
박성우 시 보기 (9편) 박성우 시 보기 (9편) 거미 거미가 허공을 짚고 내려온다 걸으면 걷는 대로 길이 된다 허나 헛발질 다음에야 길을 열어주는 공중의 길, 아슬아슬하게 늘려간다 한 사내가 가느다란 줄을 타고 내려간 뒤 그 사내는 다른 사람에 의해 끌려 올라와야 했다 목격자에 의하면 사내는 거미줄에 걸.. 시인의 시 2017.10.30
[스크랩] 천양희 시편 맴돌다 / 천양희 피그미 카멜레온은 죽을 때까지 평생 색깔을 바꾸고 1제곱미터 안을 맴돌고 사하라 사막개미는 죽을 때까지 평생 먹이를 찾으려고 집에서 2백 미터 안을 맴돈다 나는 죽을 때까지 평생 시를 찾으려고 몇 세제곱미터 안을 맴돌아야 하나 생각이 달라졌다 / 천양희 웃음과 .. 시인의 시 2017.10.29
[스크랩] 이정록 시집 [까짓것](창비청소년시선 09 / 창비교육. 2017.06.15) [☆까짓것☆]의 앞표지(좌)와 뒤표지(우) ============ ============ [까짓것] 이정록 시집 / 창비청소년시선 09 / 창비교육(2017.06.15) / 값 8,500원 ================= ================= 까짓것 이정록 첫 개업 기념 반값 미용실에 갔다가 시궁에 빠진 미운 오리 꼴이 되었다. 단골집에 가서 다시 다듬었다. 더 이.. 시인의 시 2017.10.26
[스크랩] 이재무시인의 시모음 전선택 그림 남겨진 가을 / 이재무 움켜진 손 안의 모래알처럼 시간이 새고 있다. 집착이란 이처럼 허망한 것이다. 그렇게 네가 가고 나면 내게 남겨진 가을은 김장 끝난 텃밭에 싸락눈을 불러올 것이다. 문장이 되지 못한 말들이 반쯤 걷다가 바람의 뒷발에 채인다. 추억이란 아름답지만 .. 시인의 시 2017.10.21
김중일-가문비냉장고 외 가문비냉장고 /김중일 내 생의 뒷산 가문비나무 아래, 누가 버리고 간 냉장고 한 대가 있 다 그날부터 가문비나무는 잔뜩 독오른 한 마리 산짐승처럼 갸르릉 거린다 푸른 털은 안테나처럼 사위를 잡아당긴다 수신되는 이름은 보드랍게 빛나고, 생생불식 꿈틀거린다 가문비나무는 냉장고.. 시인의 시 2017.10.20
김상미 시 보기 (5편) (네 번째 시집 <우린 아무 관계도 아니에요>) 김상미 시 보기 (5편) (네 번째 시집 <우린 아무 관계도 아니에요>) 그는 이제 이곳에 오지 않는다 / 김상미 그는 이제 이곳에 오지 않는다. 그는 승진했다. 이곳보다 더 재미있는 곳이 생겼다. 재미는 인간에게 가장 필요하고 절실한 에너지원이다. 재미는 사람을 재빨리, 단시간에 변화.. 시인의 시 2017.10.10
김해자 시 보기(7편) 김해자 시 보기(7편) 축제/김해자 물길 뚫고 전진하는 어린 정어리 떼를 보았는가 고만고만한 것들이 어떻게 말도 없이 서로 알아서 제각각 한 자리를 잡아 어떤 놈은 머리가 되고 어떤 놈은 허리가 되고 꼬리도 되면서 한몸 이루어 물길 헤쳐 나아가는 늠름한 정어리 떼를 보았는가 난바.. 시인의 시 2017.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