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래도 무보다 무우가 / 김선우
무꾸라 했네 겨울밤 허리 길어 적막이 아니리로 울 넘어오면
무꾸 주까? 엄마나 할머니가 추임새처럼 무꾸를 말하였네
실팍하게 제대로 언 겨울 속살 맛이라면 그 후로도 동짓달 무
꾸 맛이 오래 제일이었네
학교에 다니면서 무꾸는 무우가 되었네 무우도 퍽 괜찮았네
무우-라고 발음할 때 컴컴한 땅속에 스미듯 배이는 흰 빛
무우밭에 나가본 후 무우- 땅속으로 번지는 흰 메아리처럼
실한 몸퉁에서 능청하게 빠져나온 뿌리 한 마디 무우가 제격이
었네
무우라고 쓴 원고가 무가 되어 돌아왔네 표준말이 아니기 때문
이라는데,
무우-라고 슬쩍 뿌리를 내려놔야 ‘무’도 살만 한 거지
그래야 그 생것이 비 오는 날이면 우우 스미는 빗물을 따라 잔
뿌리 떨며 몸이 쏠리기도 한 흰 메아리인 줄 짐작이나 하지
무우밭 고랑 따라 저마다 둥그마한 흰 소 등 타고 가는 절집 한
채씩이라도 그렇잖은가
칠흑 같은 흙 속에 뚜벅뚜벅 박힌 희디흰 무우사寺 ,
이쯤 되어야 메아리도 제 몸통을 타고 오지 않겠나
김선우 시인
1970년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1996년(창작과 비평) 겨울호에 <대관령 옛길> 등
10편의시를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내 혀가 입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 도화 아래 잠들다>
산문집 < 물 밑에 달이 열릴 때>가 있다.
현재 '시힘'동인으로 활동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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