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

꿈꾸는 식물 / 김윤이

시치 2007. 3. 8. 11:43

꿈꾸는 식물 / 김윤이



침을 흘렸다, 아이는

붉은 벽돌을 갈았다, 아이는

그 사이에 낀 이끼를 긁었다, 아이는

밥상을 차렸다, 아이는

손바닥만한 그늘 안에서 놀았다, 아이는

문은 밖에서 잠겨졌다, 아이는

땅따먹기를 했다, 아이는

넓어졌다, 아이는

이파리의 뒤척임을 말하지 않았다, 아이는

창 가, 햇빛이 눈부셨다, 아이는

목이 말랐다, 아이는

개미를 손가락으로 눌러 죽였다, 아이는

누구도 물을 주지 않았다, 아이는

문고리를 핥았다, 아이는

점점 베란다를 기어올랐다, 아이는

혼자 자랐다,


[2007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