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

맹문재시인/안부 외 1편

시치 2007. 3. 2. 23:53
맹문재시인/안부 외 1편 시모음

2007/03/02 23:30

http://blog.naver.com/ksd8988/10014761977

출처 블로그 > 시토 VS 김만호
원본 http://blog.naver.com/kmh3833/120012429703
<현대시>, 한국문연, 2005년 4월호.


 안부   外 1편

             맹문재


시골에서 생전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췌장암이 믿기지 않아
서울의 큰 병원에 확인검사를 받으려고 올라오신 큰고모님
차에서 내리자마자

여기 문재가 사는데, 문재가 사는데……

서울의 거리를 메운 수많은 사람들과 차들과 상점들 사이에서
장조카인 나를 찾으셨단다

나는 서울의 구석에 처박혀 있어
어디에서도 찾기 어려운데
어디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신 것일까

나는 목덜미에 찰랑찰랑 닿는 목욕탕의 물결에도
칼날에 닿은 듯 어지러움을 느끼고 있는데  
콧노래를 부른다고 믿으신 것일까

지하도로 들어오는 한 줄기 햇살만큼이나 보고 싶었지만
내게 부담된다고 아무 연락도 안 하고
하늘까지 그냥 가신 큰고모님

아귀다툼의 이 거리를 헤치고 출근하다가 문득
당신의 젖은 손 같은 안부를 듣는다





별똥별


1
동석이 어머니가 며칠 앓다가 떨어졌다
외아들인 동석이는 대구에서 짜장면 배달을 하다가 트럭에 깔렸다
아들 없어 업신여김 당한다며 장날마다 술주정하던 산옥이 어머니도 떨어졌다
산옥이네 집에 양자를 준 산옥이 어머니의 시동생 형옥이 아버지도 떨어졌다
손자들 사랑에 마실을 안 다닌 향숙이 할머니도 떨어졌다
점잖기만 하던 대흠이 아버지도 떨어졌다
대흠이 아버지의 큰형님도 떨어졌다
술에 약해 비틀거리며 신작로를 걷던 상호 아버지도 떨어졌다
많이 모자라는 상호는 제 아버지의 장삿날 먹을 것이 많다고 좋아했다
아침마다 우리집에 와 며느리를 흉보던 선희 할머니도 떨어졌다
선희 할머니는 그래도 큰며느리집에서 죽어야 한다고 인천으로 따라갔다
선희 아버지는 그곳 공장에서 일하다가 엄지손가락을 날렸다
작은아들을 따라 경기도 안산으로 갔던 형숙이 할아버지도 떨어졌다  
키가 말처럼 크고 이야기를 시원하게 하던 형숙이 할머니도 떨어졌다
형숙이 삼촌도 공장 일에 지쳐 시름시름 앓다가 떨어졌다
목소리가 카랑카랑하던 형삼이 할아버지도 떨어졌다
착하고 수줍음 많던 형삼이 할머니도 떨어졌다
형삼이 삼촌 상술이는 몇 해 전 농약을 마셨다
우리 할머니와 의형제를 맺은 용수 어머니도 밭고랑에서 떨어졌다
중풍에 걸린 용수 아버지는 불쌍한 사람이라며 그저 눈물을 흘렸다


2
나도 그들을 따라 별똥별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서울의 거리를 헤매면서 점점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