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

꽃눈이 생겼다는 거지/ 장옥관

시치 2007. 2. 13. 16:52

꽃눈이 생겼다는 거지/ 장옥관

 

 

그래, 꽃눈이 생겼다는 거지

함부로 몸을 만지지 말라는 거지 초경의 딸아이가 껴안으려는 나를 한사코 밀어낸다

그래, 열 두살이라면

고치를 만들고도 남을 나이

늘 열어놓던 방문도 자주 닫히고

눈에 띠게 말수가 줄어들었다 보지는 않았지만 일기장 두께가 두꺼워지고 있으리라

지난 달에 전화요금이 두 배로 늘었다

늦은 밤 문틈으로 새어나오는

라디오 소리

공명통 같은 고치속에서

콧등에 난 수두같은 네 몫의 시간을 너는 맨발로 건너가고 있으리라

누구도 손 뻗어 거둘 수 없는 어둠이기에

팔짱 낀 시간 견딜 수밖에 없겠으나

며칠 째 굳게 닫혀 있는 고치속이 하 궁금해

들여다보니 아뿔사,

금성 라디오 잎에 엎드려 졸고 있는 중학생 나를 걱정스레 지켜보던

어머니가 거기 앉아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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