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김근
푸른 몸의 사내 위를 걷고 있었다
푸른 발바닥을 지나 푸른 무르팍
푸른 음모와 푸른 성기를 지나
푸른 배꼽 푸른 젖꼭지
푸른 입술 푸른 콧잔등
푸른 눈썹과 푸른 눈동자
헝클어진 푸른 머리카락
사내의 푸른 성기가
푸른 정액을 뿜어 올렸다
대기에 번지는
비릿하고 푸른 냄새
푸른 냄새를 뚫고
푸른 새들이 날았다
태어나지 못한 푸른 아기들
푸르게 까르륵거렸다
푸른 몸의 사내 위를 걷고 있었다.
푸른 몸의 사내가
푸른 손을 들어올렸다
푸른 손가락들은 모두
푸른 나무가 되어 사내를 뒤덮었다
푸른 나무는 자라고 자라
뿌리를 벗고 퍼득이며 날아올랐다
푸른 아기들이 사내의 몸에서
푸른 심장을 꺼내자
사내의 푸른 몸도 가볍게 투명하게
공중으로 떠올랐다
푸른 몸의 사내 위를 걷고 있었다
사내의 옆구리쯤
내가 흘려낸 말들
소리를 버리고
푸르게 흩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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