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모음

조 운 시조모음

시치 2006. 10. 4. 21:27
*石潭新吟 외 9편*

                                            조  운

一曲이 예라건만 冠岩은 어디 있노
半남아 떨렸으니 옛모습을 뉘 傳하리
흰구름 제그림자만 굽어보고 있고나.

二曲은 배로 가자 花岩은 물속일다
長廣 七八里가 거울 같이 즐펀하여
人家도 다 묻혔거든 물을 데나 있으리.

三曲을 찾아가니 翠屛이 예로고나
松林을 머리에 인채 허리에 배 매었다
夕陽은 無心한 체 하고 불그러히 실렸다.

四曲이 깊숙하다 松崖에 쉬어 가자
架空庵 옛터 보고 凌虛臺로 내려 오며
石泉水 손으로 쥐어 마시는 게 맛이다.

五曲으로 돌아드니 隱屛에 가을일다
廳溪堂 거친 뜰에 銀杏잎만 흐듣는데
布巾 쓴 弱冠 少年은 입벌린 채 보는고.

六曲은 釣崍이라 물이 남실 잠겼고나
兩岸에 늙은 버들 빠질 듯이 우거지고
새새이 내민 바위는 釣臺인 듯 하여라.

七曲 楓岩은 깎아지른 絶壁이야
푸른 솔 붉은 丹楓 알맞게 서리 맞아
一千길 물밑까지가 아롱다롱 하더라.

八曲으로 거스르니 물소리 果然 琴灘일다
돌을 차며 뒤동그려 이리 꿜꿜 저리 좔좔
바위를 싳어 흐르다간 어리렁출렁 하더라.

九曲이 어디메오 文山이 아득하다
十里長堤에 오리숲이 컴컴하다
淸溪洞 淸溪다리 건너 게가 기오 하더라.

高山 九曲潭은 栗谷의 노던 터라
오늘날 이꼴씨를 미리 짐작 하신 끝에
남 몰래 시름에 겨워 오르나리셨거니.


*菜松花*

불볕이 호도독호독
내려쬐는 담머리에

한올기 菜松花
발돋움 하고 서서

드높은 하늘을 우러러
빨가장히 피었다.


*古 梅*

梅花 늙은 등걸
성글고 거친 가지

꽃도 드문드문
여기 하나
저기 둘씩

허울 다 털어버리고 남을 것만 남은 듯.


*石 榴*

투박한 나의 얼굴
두툴한 나의 입술

알알이 붉은 뜻을
내가 어이 이르리까

보소라 임아 보소라
빠개 젖힌
이 가슴.


*오랑캐꽃*

넌지시 알은 체 하는
한 작은 꽃이 있다

길가 돌담불에
외로이 핀 오랑캐꽃

너 또한 나를 보기를

너 보듯 했더냐.


*무 꽃*

무꽃에 번득이든
흰나비 한 자웅이

쫓거니 쫓기거니 한없이
올라간다

바래다
바래다 놓쳐
도로 꽃을 보누나.


*비 맞고 찾아온 벗에게*

어젯밤 비만 해도 보리에는 무던하다
그만 갤 것이지 어이 이리 굳이 오노
봄비는 찰지다는데 질어 어이 왔는고.

비맞은 나뭇가지 새엄이 뾰족뾰족
잔디 속잎이 파릇파릇 윤이 난다
자네도 비를 맞아서 情이 치나 자랐네.


*돌아다 뵈는 길*
-投獄된 지 三年만에 重病으로 保釋되어 방 한칸을 세 얻어 외로이 누워 있는 벗 C君을 찾아보고 돌아 오는 길에 車 안에서

밤낮 마주 앉아 얘기 끝이 없었겄다
三年이 十年만하여 할말이 좀 많으리
대하니 말도 눈물도 막혀 물끄러미 보기만.

窓이나 발라주고 떠나오자 하던 것이
비 개인 밤바람은 몹시도 차고 차다
蛟布가 눈에 밟히네 어이 갈꼬 어이 가.

作別을 차마 못 마쳐 '떠날 때 또 다녀 가마'
아예 못할 짓을! 이게 맘에 걸리네나
찬 달이 기울었는데 상기 깨어 있는가?

故鄕에 돌아가면 무어이라 이르를꼬
깨물고 남은 찌겅이 病 안구어 내쳤는데
그 병도 맘은 못 새기드구 걱정 마소 하리라.

              (이 작품에서 인용은 제 2수)


*九龍瀑布*

사람이 몇 生이나 닦아야 물이 되며 몇 劫이나 轉化해야 금강에 물이 되나! 금강에 물이 되나!

샘도 江도 바다도 말고 玉流 水簾 眞珠潭과 萬瀑洞 다 고만 두고 구름 비 눈과 서리 비로봉 새벽안개 풀 끝에 이슬 되어 구슬구슬 맺혔다가 連珠八潭 함께 흘러

九龍淵 千尺絶崖에 한번 굴러 보느냐.


*상치쌈*

쥘상치 두손 받쳐
한입에 우겨 넣다

희뜩
눈이 팔려 우긴 채 내다보니

흩는 꽃 쫓이던 나비
울 너머로 가더라.


*曙海야 芬麗야*
-芬麗의 訃電을 받으니 먼저 간 曙海가 더 생각한다.

曙海야

무릎 우에 너를 눕히고
피 식는 걸 굽어 볼 때

그때 나는
마지막으로 무엇을 원했던고

부디나
누이와 바꾸어 죽어다오
가다오.

누이가 죽어지고
曙海 네가 살았으면

주검은 설어워도
삶은 섧지 안하려든

이 설움 또 저 설움에
어쩔 줄을 몰랐어.

늙으신 어버이와
젊은 안해
어린 아이

이를 두고 가는 죽음이야
너뿐이랴

네 살에 나도 아빠를 잃었다
큰 설움은 아니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해보지 못한 설움

千古에 남고 말을
뼈 맞히는 恨일지니

한마디
더 했더라면
어떤 얘기였을꼬.


芬麗야

너는
비오던 날
會寧千里를 떠났것다

나는 널 보낼 제
'웃누이나 못되더냐?'

'차라리 죽어가는 길이라면'
하고 울었더니라

간 지
겨우 三年
더 못 붙일 뉘[世上]이더냐

白이놈이 국문이나 붙이어 볼 줄 알아

내 葉書 읽게 될 때까지나
못 가디릴 네더냐.

*白이는 曙海의 큰아들

              (이 작품에서 인용은 제 4수)


⊙조운 시조집[조운 시조집], 서울:작가, 2000 ; (해설▶ 조운의 시세계 - 曺雲 時調의 전통계승과 의의 -김헌선) 인용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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