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03/01/28, 11:57:27 수정일: 2003/01/28, 11:58:04작성자: 샘지기 ( http://sijosam.com) *청맹과니의 노래 : 7 탈놀이 외 5편*
윤 금 초
천의 다리, 천의 팔이 비비꼬인 이 매듭을 재갈 물린 한 역사의 넌덜머리 이 결박을 실꾸리 가닥을 풀 듯 아, 아픔의 끈을 풀라.
우멍눈, 곰배팔이 방정맞은 굿패로다. 천더기 상민들의 울 일을 움켜쥐고, 주검보다 무서운 그 굴욕의 굴헝 아래 무담시 도륙당한 비렁뱅이 식칼들아, 누거만석 아전님네 슬찌끼로 흘러나온 얼간이 씨나락도, 두엄 속에 짓눌린 저 봉두난발 어릿광대, 토색질 손갈퀴에 으스러진 벙거지도, 부역꾼 등줄 같은 거적들아 일어서라. 치고 패고 차고 밟고, 노들강변 버들같이 휘휘낭창 구부려뜨려 매로 다스려진 몸이로다. 앗아라, 춤이나 추자. 미친 밤의 굿거리로.
날라리 옹박캥캥 덧뵈기춤 신명 난다. 말뚝이, 비비양반, 취발이, 귀팔이야. 차라리 참혹한 정상을 탈로 가린 풍물잽이.
전라도 막막골의 개발코 주걱턱 탈 마른 모가지 여위어 궁항벽지 따오기 그것처럼 돌아라. 살풀이 장단, 관솔불도 휘돌아라.
구들장 불씨같이 자지러진 타령마당. 쥘부채 붉은 고깔 용트림 거드름의, 은하석경 머흔 길에 적토마 갈기를 잡고, 난양공주 영양공주 결 고운 그 미색을 열두 두름 꿰미 채로 왁자히 수작하는, 개가죽 용수관의 릵배 장삼 양반 보소. 마파람 높새바람에 아흐 몰라, 넉장거리.
(인용은 첫째 수)
*청맹과니의 노래 : 8 사물놀이**
북 장구 꽹과리에 징소리가 어우러진 앞마당 멍석 위에 둥 따닥 굿판 났다. 걸립패 사물놀이에 달도 차서 출렁이는.....
그냥 그 무명 적삼, 수더분한 매무새로 폭포수 쏟아놓다 바람 자듯 잦아드는, 신바람 자진모리에 애간장을 다 녹인다.
<달?? 노피곰 도 샤 어긔야 머리곰 비취오시라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얼마나 오랜 날을 움츠린 목숨인가. 관솔불도 흥에 겨워, 흥에 겨워 글썽이는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돌아라, 휘돌아라. 숨이 가쁜 종이 고깔. 더러는 눈칫밥에 한뎃잠 설쳤기로, 논틀 밭틀 恨을 묻고 거리죽음 뜬쇠*들아, 아픔의 응어리로 북을 때려 시름 푸는, 풍물잡이 시나위는 민초(民草)들 앙알대는 목소리다. 짓밟고 뭉갤수록 피가 절로 솟구치는, 투박한 그 외침은 뚝배기 태깔이다. 앙가슴 풀어헤쳐서 열두 발 상모를 돌려라.
*사물놀이 : 우리 민속 타악기인 꽹과리.징.장구.북으로 이루어진 걸립패의 앉아서 치는 풍물 가락. *<달?? 노피곰....>은「井邑詞」의 한 대목. *뜬쇠 : 풍물꾼 가운데 그 기능이 가장 뛰어난 명인.
(인용은 넷째, 다섯째 수)
*내재율·1* -길쌈
석영빛 베동정의 썰렁한 소저 눈매,
아지랑이 곰실대는 부화의 봄 소동은
되살아 피 도는 감성, 챙기었네 새 세간을.
꾀꼬리 속깃 같은 명주실, 꿈오라기
그리움의 꾸러민가 고무래로 자아 올려
발돋움 미학을 짜는 앵두가슴, 그 손결이.
완자창에 잦은 가락, 목금(木琴) 소리 베틀 놀이.
삼단머리 허릴 휘어 설레는 신명 따라
금슬의 피륙을 감는 내 사상은 말콧대.
날줄 씨줄 잉아귀로 한 세월 자개수 놓듯
우리네 사랑의 의미, 몇 겁으로 풀어 헬까
바디질 멈출 새 없는 열두 자락 내재율.
(인용은 넷째 수)
*질료와 정신* -고흐의「귀를 자른 자화상」
들녘을 쏘다니는 야생마 그것처럼 툭 툭 짧은 붓 놀림의 신들린 색채 분할. 억압된 격정의 불길, 활활 솟아 물결친다.
노란 보리밭이랑 까마귀떼 푸득이는, 꿈틀 꿈틀 나울치는 눈부신 풍광 속에 스스로 목숨을 끊고 문빗장을 거는구나.
(인용은 첫째 수)
*일과 몽상·1* -르동의「바다밑 환상」
거친 땅 가슴 적신 보랏빛깔 먹물이다. 뿌연 운무(雲霧) 뒤집어쓴 잠든 영매(靈媒) 옷깃이다. 눈 감자 더욱 빛 부신 불모의 석판화집.
수천 길 심연 바닥 꿈꾸는 후지(厚紙) 위에 파스텔 물감 칠한 바다밑 감정 이입(移入). 신화 속 키클로페스도 부시시 깨어난다.
*존재와 꿈* -로댕의「코 짜부라진 남자」
침통한 청소부의 숨쉬는 그 정령이 점토 짓이긴 주형(鑄型)안에 놓였는가. 생명이 이울던 자리, 다시 살아난 율동으로.
지난 철 쓰라린 일기, 기나긴 자폐증도 스팀팔루스 새를 향해 활시위 당기는가. 격렬한 칼끝 언어로 솟구치는 내출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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