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死 筆寫

검은 빵/전동균

시치 2019. 9. 8. 00:59

검은 빵/전동균

 

 

 

허리를 숙여

마당의 돌을 하나 주웠습니다

어찌해야 할지 몰라 그냥 들고 서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나는 나를 때리며 위로하며 멀리 걸어왔지만

한 발짝도

내 가슴 밖으로 나가지 못했군요

 

녹음의 숲을 바라보니

한껏 사나워진 그늘 속으로

시베리아 벌판이 펼쳐지고 열차가 달려가고

화물칸에서도 춤추며 노래하는 사람들

얼어붙은 땅바닥에 무릎 꿇고 입 맞추는 사람들

 

며칠 만의 햇볕이 하도 좋아

나도 모르게 그만

내가 한 덩이 빵으로 구워졌으면, 생각합니다

 

움막 속의 검은 빵

감춘 눈물의, 응답 없는 기도의,

그 기도가 구원인

바보들의 빵

 

 

            ⸺계간 시인수첩2019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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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균 / 1962년 경북 경주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과 및 대학원 졸업. 1986소설문학신인상 시 부문 당선. 시집 오래 비어 있는 길』 『함허동천에서 서성이다』 『거룩한 허기』 『우리처럼 낯선』 『당신이 없는 곳에서 당신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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