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목에는 있고 안도에는 없는/신미나
물고기는 먹을 수 없는 말 같고
생선은 먹을 수 있는 말 같다
산 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니야
내 혀는 여태 죽은 것들만 받아왔는데
죽어서 조용한 것들만 삼켰는데
웃기지도 않는데 웃음이 난다
뼈도 아닌 살도 아닌 몸이
이토록 싱싱하게 미치는 집중을 본 적 있니?
산 낙지는 젓가락 사이로 미끄러지고
놓친 건지 잡으려는 건지
잘 살자, 인간적으로
잔을 채우며 네가 말했을 때
인간적이란 말은 참 질기구나
어금니에 낀 낙지처럼
산 몸에서 죽음이 사는데
인간이 어떻게 몸 밖으로 나갈 수 있니
씹지 말고 그냥 삼키자
죽은 듯이 살자
죽은 물고기만이
뒤집혀 흰 배를 보여준다
⸺계간 《불교와문학》 2019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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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나 / 1978년 충남 청양 출생. 200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싱고, 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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