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死 筆寫

안목에는 있고 안도에는 없는/신미나

시치 2019. 9. 8. 01:01

안목에는 있고 안도에는 없는/신미나

 

 

 

물고기는 먹을 수 없는 말 같고

생선은 먹을 수 있는 말 같다

 

산 것도 아니고 죽은 것도 아니야

 

내 혀는 여태 죽은 것들만 받아왔는데

죽어서 조용한 것들만 삼켰는데

 

웃기지도 않는데 웃음이 난다

뼈도 아닌 살도 아닌 몸이

 

이토록 싱싱하게 미치는 집중을 본 적 있니?

 

산 낙지는 젓가락 사이로 미끄러지고

놓친 건지 잡으려는 건지

 

잘 살자, 인간적으로

잔을 채우며 네가 말했을 때

 

인간적이란 말은 참 질기구나

어금니에 낀 낙지처럼

 

산 몸에서 죽음이 사는데

인간이 어떻게 몸 밖으로 나갈 수 있니

 

씹지 말고 그냥 삼키자

죽은 듯이 살자

 

죽은 물고기만이

뒤집혀 흰 배를 보여준다

 

 

            ⸺계간 불교와문학2019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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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나 / 1978년 충남 청양 출생.  2007경향신문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싱고, 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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