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禮)/전동균
한밤에 일어나 세수를 한다
손톱을 깎고
떨어진 머리카락을 화장지에 곱게 싸 불사른다
엉킨 숨을 풀며
씻은 발을 다시 씻고
손바닥을 펼쳐
손금들이 어디로 가고 있나, 살펴본다
아직은 부름이 없구나, 고립을 신처럼 모시면서
침묵도 아껴야겠구나
흰 그릇을 머리맡에 올려둔다
찌륵 찌르륵 물이 우는 소리 들리면
문을 조금 열어두고 흩어진 신발을 가지런히 놓고
불을 끄고 앉아
나는 나를 망자처럼 바라본다
초록이 오시는 동안은
'必死 筆寫 '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귀신들은 즐겁다/이근화 (0) | 2019.09.08 |
---|---|
천국 / 박서영(1968∼2018) (0) | 2019.09.05 |
[2004년 중앙 신인 문학상]-얼음을 주세요/ 박연준 (0) | 2019.08.29 |
나의 해골에게 / 정병율 (0) | 2019.08.03 |
천리 불꽃 / 장석주- 복사꽃 /장옥관 (0) | 2019.08.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