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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 겉돌기

오늘은 친구와 우포늪을 다녀왔다. 그냥 겉돌다 왔다.순전히 우리끼리 우의를 다지고 확인하는 자리일 뿐,  따로 보고 느낀다는 아무런 감흥도 없이 무작정 차를 몰아 여기까지 온 것이다. 1억4천만년의 역사에서 그저 찰나에 불과한 우정의 세월이 허망하고 부질없다는 생각이다.  늪인지 하늘인지 알 수 없는 늦가을 풍광이 성큼 다가 서 있다. 나이 먹은 고향의 친구끼리 마지막 우정이나마 챙겨보자는 친구의 고마운 제의에 흔쾌히 같이 한지가 꽤 오래된 듯하다.그러니까 옥은회를 결성할 시점인 금년 봄부터 특별한 일이 없으면 우리는 만나고 목욕하고 점심을 같이 해왔다.고향 친구들의 모임인 옥은회에서 단연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얼마나 더 지속되고 실속있는 회합이 될런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설령 이것이 내일 무산되고 말..

흙냄새 땀냄새 2024.11.20

차도하 에세이 -일기에도 거짓말을 쓰는 사람

외출에서 돌아오니 책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구나.참 놀라운 세상, 아침에 주문한 책이 저녁에 먼저 와 있다는 사실을 그냥 '빠르다' 정도로 지나칠 수가 없어 한마디 옮기자니 도저히 그 속도감을 나타낼 방도가 없다. 서울에서 여기 진해까지, 드론으로 그냥 날려 보낸 것같은 느낌이다. 일기에도 거짓말? 그렇구나 "일상과 생각을 가감없이 말하는 게 힘들어서" 그렇단다."고백 받고싶지않은 고백을 받는 사람처럼 조마조마해지고,결국은 거짓말을 하게" 된단다강지혜 시인의 추천사를 보자."움추러든 내 어깨를 누군가 톡톡, 친다. 차도하다."  "언니, 잠깐 비켜보세요.  차도하는 진실 앞에 선다."빙긍빙글 웃으며, "어디 보자, 널 어떻게 주물러 줄까? 진실은 차도하의 손안에서 높은 성이 되었다가 이제 막 날아오르는..

흙냄새 땀냄새 2024.11.19

차도하 시 읽기

차도하 시집을 주문한다.2020년 한국일보 신춘문에 당선작을 그 때 읽었지만 그때는 각 신문사의 신춘문예 당선작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지라 미처 느끼지 못했었는데, 그리고 그를 곧 잊어버리고 말았는데...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그의 시를 읽고 시집을 주문하고 있으니 좀 생뚱맞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각설하고 스무살에 신춘문예 당선의 영예를 얻고 24살의 젊은 나이에 사인은 미공개로 타계하고 만 그녀의 삶이 안타깝고 애절하다.유고 시집이 되고 만 첫 시집 이전에 발표한 산문집이 있어 어렴풋이 짐작이 가는 모양이지만 나로서는 그 내용도 사연도 알지못한다. 다만 그의 시편들이 이리도 아린데, 시라는 장르에서 이토록 절절한데 어찌 외면할 수 있겠는가?  그의 시에서 보여주는 시적 언술이 이렇게까지 도도하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