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50주년 기념일, 마땅히 선물할 거리를 찾지 못한 나에게 다소 위안이 되는 힐링의 아이디어를 활용하자는 복안으로 꽃길 드라이브에 나섰다. 한시간 남짓 달려서 가야 하는 곳, 오늘은 양산8경의 하나로 알려진 홍룡폭포가 있는 홍룡사를 찾기로 했다.
(홍룡사가 있는 홍룡폭포라고 해야 맞나?) 어쨋건 이팝나무가 아름다운 양산의 꽃길은 진해의 벚꽃 이상으로 아름답고 풍성하다.
고속도로에서 내리는 톨게이트에서 부터 무성한 꽃무더기에 취하여 마땅한 촬영지를 찾던 중 한가한 가로숫길을 찾았다.
불과 한세대 전, 배고픈 보릿고개를 넘던 시절, 허기진 사람들의 소원처럼 소복소복한 쌀밥같이 풍성한 꽃, 이밥을 연상하며 불렀던 꽃, 이팝꽃이여! 나 어린 시절의 군침을 돌게 만들던 이름의 꽃이다. 그때는 사실 나무도 꽃도 몰랐던 쌀밥처럼..
이 날 스쳐간 비바람에 흩어진 쌀밥처럼 길거리에 널부러진 꽃잎이 지천이다. 여기, 이동네 부잣집의 쌀밥은 이처럼..
송이송이 꺾어다 이불처럼 덮고 온 몸을 부비고싶은 감각적인 부드러움에 은근히 꼴리는 나의 심사를 어찌하리오.
이 밤을 그대와 나, 50년 전의 그 날로 돌아가리야.. 봄을 일러 청춘이라 카더라. ㅎ
여기 이름도 알지 못하는 한 무더기 노오란 꽃이여, 그대의 이름은 무엇인고? 이 역시 봄의 전령으로 여기 왔느니..
千聖山 홍룡사. 입구에 다다렀다. 일주문 간판을 보니 삼수변에 용용자를 썼다. 사전을 찾아보니 비올룡, 이렇게 나온다
비오는 길을 달려온 천성산 홍룡사에서 아내는 지금 50년 전 20대의 소녀같이 천진한 모습으로 행복한 표정이다.
싫다더니 한시간을 달려온 보람이 확연하다. 나도 덩달아 50년 전의 청년으로 돌아간 듯, 이리저리 발걸음이 가볍다.
입구에 다다르니 우선 화장실부터 찾게된다. 청소가 되어있지 못한 화장실에 휴지도 준비되어있지 못한 화장실은 실망스럽다.
그래도 화장실의 벽면에 붙어있는 입측오주의 진언으로 더러움을 씻고가자. 옴 정체혜체 사바하!
부처님 도량, 절 마당으로 연결하는 다리를 건너면서 다리 난간에 다닥다닥 매달린 중생들의 소원이 이채롭다. 참 아름다워요!
이 다리를 건너면서 아내는 벌써 여기에 감사패와 소원패 하나 매달고싶은 심사를 드러내고 있었다. 우리도 여기 패 하나 달자!
역시 중생들의 정성이 깃든 곳, 부처님의 가피가 머무는 곳이다
홍룡사 대웅전
-석가모니불을 주불로 관세음 보살과 지장보살이 협시로 모셔진 평범한 사찰 구조에 중생들의 초파일 연등으로
천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50년을 한결같이 화목한 가정을 이룰 수 있도록 지켜주신 부처님, 거룩하신 부처님께 감사합니다.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석가모니불! 나무석가모니불! ()()()
잘 했고 잘 하고 있고 잘 할거야! 더 좋은 날은 지금부터...
참배를 하고 나오면서 문득 화려한 대웅전 처마에 시선이 머물자 아! 용의 위엄으로 공포를 조성한 특이한 조형미가 인상적이다
불교 용품점에 들러 소원패를 두개 샀다.
50년을 지탱한 우리의 가정에 대한 감사와 건강을 위한 소망으로 하나, 내은이의 학업성취를 위하여 또 하나의 소원패를 준비한다.
아내가 불러주는대로 감사패와 소원패에 이름을 쓰고 다리 난간의 끝자락에 매달고 보니 그냥 흐뭇하다. 감사합니다.
결혼 50주년 기념 여행으로 마냥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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