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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2. 시의 기능은 무엇인가? / 이승훈

시치 2007. 2. 26. 02:26
  2 . 시의 기능은 무엇인가? / 이승훈

 

 

             앞에서 우리는 시를 통해 세계를 새롭게 보고 배우고 체험한다고  했거니와 다시 생각하면 시의 기능에는 사실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시에는 고대 시가가 그렇듯이 사회적, 현실적 효용성이 있다. 고대 시가는 이야기를 쉽게 기억하고 후대에 전하기 위한 실용적인 수단이었다. 고대의 시인들은 종교나 정치의 영역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었고, 사회를 하나로 통합시키는 데 기여했다. 좀더 나은 수확과 전쟁에서의 승리를 위해 시인들은 노래하고, 이 노래가 사회를 끌고 나가며, 시인들은 또한 전쟁의 역사를 노래하고 시로 쓰고 권력을 비판하고. 그 무상함을 노래하고 신들을 찬양했다. 그렇기 때문에 포악한 왕은 시인들을 죽였고, 반대로 훌륭한 왕은 시인들의 노래에 귀를 기울렸다. 시의 이런 기능은 현대라고 해서 달라진 것이 아니거 다만 그 표현 형식이 달라졌을 뿐이다.

            그러나  현대에 오면 시인들은 이런 권력이나 실제적, 현실적 효용성보다는 근대 미학이 특성인 이른바 순수 예술을 강조한다. 말하자면 현실적 효용성보다는 시 자체의 아름다움, 그러니까 현실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혹은 현실과 다른 또 하나의 세계를 창조하는 일에 몰두한다. 이렇게 시 자체를 사랑하는 태도는 현실과 다른 공간, 곧 상상력의 세계를 강조하고 상상력의 세계는 과학적 진리도 아니고 종교적 진리도 아닌 이른바 미적 진리를 추구한다.

             이런 근대 미학이 심화되먼서 이제 시인들은 단지 시 자체를 사랑하는 태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언어 자체에 관심을 두게 된다. 시인들은 부패한 사회적, 일상적 언어를 순화하고 정화시키는 일도 하지만 사회적, 일상적 언어가 소유하는 가치나 기능과는 다른 시적 언어의 가치를 추구하고, 나아가 사회적, 일상적 언어를 파괴하기고 한다. 그리고 이런 파괴가 노리는 것은 새로운 언어, 사회, 유토피아이다. 결국 시가 언어 예술이라는 자각이 심화되면서 우리가 맞게 된 것은 시적 언어의 특성에 대한 성찰이고, 이런 언어가 소유하는 사회적, 현실적 가치와 기능이다.

출처 : 안개섬
글쓴이 : 안개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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