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단풍의 사연

시치 2024. 12. 2. 23:04

외출에서 돌아오는 길,  25번국도에서

차창밖으로 지나가는 풍경이 왜 이리도 고운지?

집으로 향하는 핸들을 꺾어 성주사 계곡으로 향한다.

성주사 초입에서 멀리 보이는 불모산의 단풍은 지금이 한창이다.

살아오면서 단풍철을 수없이 지나왔고 성주사에서 사계절을 보낸지도 꽤나 오래 되었건만 이게 뭔가?

유독 금년 단풍에 이리 감동하고 빠져드는건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단풍잎 이렇게 붉은 이유는 누군가에게 꼭 전하고픈 무슨 사연이 있는 건지도 모른다. 어쩌면

여름날 그 뜨거웠던 정염을 다 쏟아내고 만 지난 날들의 회한과 아쉬움으로 빨갛게 멍이 든 사연이 아닐런지?

모른다. 내가 유독 금년 가을에 이렇게 단풍에 달뜨는 이유를..

이 단풍! 그녀에게 전해주고 싶다.

사실 이 사진은 그녀와의 통화로 비롯되었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이 늦은 가을밤을  이렇게 붉게 물들이는 건지도...

성주사는 온통 단풍 천진데 나 아닌 어느 누구도 나처럼 미쳐주는 이 없다.  

약수터도 연못도 온통 단풍을 이고 이렇게 한가로운데

설마 이 단풍이 혼자서 이리 붉어졌을까? 그럴리는 없다.

누군가 나의 이 마음을 읽어 줄 애달픈 사랑 한 줄기이라도 분명 있었을거다

오늘도 약수터엔 감로수, 어느 중생의 목인 들 그저 공평하게 적셔 줄 뿐이다.

사천왕문 앞을 지키는 코끼리도 곰절을 지키는 곰의 안목으로도 나는 참 어이없는 중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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