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시인 송호진과 만나는 날이다
속천 바닷가에서 식사를 하고 진해루 찻집에서 우리는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진해 앞바다.
바다보다 하늘이 더 가까운, 하늘보다 더 가까운 구름을
그는 참 드문 동갑내기 시인이다.
해군 중령으로 예편해 늦은 나이에 문학에 심취하여 앞서 간적도 없는 나를 추월해 저만치 달려가고 있는 늦깎이 시인이다.
시적 경륜에 비해 깊이있는 사고를 바탕으로 한 진정성 있는 시적 성취를 이룬 그는 시에 늘 진심이고 품위를 잃지 않는 노장이다. 우리는 나이답잖게 열정적으로 시를 논하고 문단을 오가며 담소를 이어가다 문득, 요절 시인들의 시와 인생을 되짚어가며 위안을 삼는다.
인간의 수명이 다하는 때가 오면 시는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경지로 극단까지 치닫다가 마지막 유언을 하듯 간절하게 문장이 만들어지는 건 아닌지? 그러기에 우리는 아직 생의 말년에 다다르지 않았어. ㅎㅎ, 그러니까..
요절 시인들의 빼어난 시에 부러워 할 것없어. 느긋하게 시간을 갖고, 천천히 하자고 의기투합한 우리는 진해루 휴게소가 떠나가도록 호기롭게 웃는다, 그래그래! 기념으로 사진 한 장 박자.
옆에 보이는 진해루 놀이터, 해군의 도시답게 거북선 모형의 어린이 놀이터다.
저 멀리 보이는 산이 해병혼을 상징하는 천자봉, 시루봉이다
산꼭대기에 떡시루를 얹어 놓은 모양의 저 산 밑에 산지, 벌써 4년이 지나갔다.
저 시루봉 밑에서 크게 한 번 이루고 가리라.
두고봐라, 그래도 시집 한 권은 내야지 않겠느냐.....
말씀의 절
말이라고? 절은 커녕,
나 만의 집 한 채 건사하지 못한 백면서생이
오늘은 또 뉘 집 언저리를 서성이고 있는가
해병혼이 새겨진 시루봉을 바라보며 나 여기
진해루 난간에서 전우야! 기어코 이루고야 말, 말씀을 새겨 절로
절로 어우러지는 색깔, 오기 투철한 단청으로
빛나는 도량, 나의
절 이루리
일년의 막바지에 다다른 12월, 우리의 기상에는 시방 벚꽃이 피었다
때늦은 단풍나무의 잎새에 박힌 때 이른 벚꽃이여!
차가운 겨울 하늘을 이고 (冬天) 봄꽃이 피었다 (散花發). 말이 되나?
마른 하늘에 눈발처럼 흩어지는 꽃송이들이다
송호진의 시 한편 올린다.
깜짝, 웃음짓게 만드는 이런 능청을 언제 익혔노? ㅎㅎ~^^
시집:사랑한다고 말한 그 입술로 분 바람이 내 바람에 얹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