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악녀서』로 문단에 혜성처럼 등장해 30년간 타이완 소설의 중심부에서 활동해온 중견 작가 천쉐의 글쓰기 특강이자 작가 되기 수업이다.
소설을 쓰기 위해 태어났다고 해도 될 만큼 작품에 생을 건 저자는 쓰는 자의 존엄과 생존의 기술을 거침없이 풀어놓았다. 이 책의 쓰임새를 몇 가지로 요약 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고 글쓰기가 내 생명의 핵심이라 여기지만 완성은 잘 못 하는 이들을 위한 지침서다.
둘째, 생업과 글쓰기를 병행하고 있는 이들에게 둘 사이에서 균형 잡기를 알려주는 가이드라인이다.
셋째, 내가 쓰려는 작품과 외부 일(청탁 원고, 강연, 심사) 사이에서 중심을 잃지 않으려는 전업작가들을 위한 조언이다. 글을 쓸 때에만 비로소 자기 자신이 된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현실에서 부딪히는 여러 문제를, 그 단계를 건너온 선배로서 조목조목 짚어 해결해준다.
글쓰기의 12가지 비법에서 작가는 쓰면서 고치고 쓰면서 성장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양서를 읽기보다는 안 쓰지는 본인의 글을 쓰라고 말한다.
마치 내게 들으라고 하는 직언으로 들려 등골이 서늘해진다.
그에 따르면 무엇보다 중요한 건 루틴의 힘, 집필은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노동이기에 나 자신을 반복 훈련 시키면서 작품 쓰기에 온 힘을 기울일 수 있는 루틴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글쓰기에서 가장 매혹적인 부분은 글을 쓰기 전에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었지만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오랜 시간을 거쳐 다듬어진 작품이 글쓴이 자신보다 훨씬 더 아름다워진 모습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글쓰기는 재능보다 노력이 더 중요한 일이다.
재능은 매일 앉아 1천자를 쓰는데 전념할 수 있을 만큼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200자 원고지 5장을 쓸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말하고 있다.
덕아! 5장의 원고지 정도는 충분히 쓸 수 있잖아? 지금 당장이라도 쓰면 되는 거라고.
천쉐는 스무 권의 작품을 발표하면서 수많은 상을 받았고, 편집자 출신 애인과 결혼한 퀴어 작가로 유명하다. 그는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상황에서 글을 쓸 때는 쓰는 것 역시 ‘노동’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작품이 없으면 작가라는 타이틀은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책을 출간해본 사람이라도 그다음 작품은 늘 제로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작가는 언제나 백지를 마주하게 된다. 따라서 백지를 대면하는 두려움을 뚫고 계속 쓰는 게 중요한데, 이 부분의 노하우를 심도 있게 제시한다.
이 책을 일고 오블완의 글쓰기를 이어가다 보면 어느새 작가가 되어있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