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황벽희운 선사⑦ - 있고 없음이 다 망상“어두움 그 자체가 그대로 밝음이다” |
본래 존재하지 않는 것을 다만 있다고 착각했을 뿐
師云 法本不有 莫作無見 法本不無 莫作有見 有之與無 皆是情見 황벽 선사가 말씀하였다. “법은 본래 있는 것이 아니니 없다는 견해도 내지 말고, 법은 본래 없는 것도 아니니 있다는 견해도 내지 말라. 있음과 없음이 다 생각으로 난 견해이다.”
해설 : 법이란 진리다. 즉 참다운 이치, 올바른 이치다. 사람이 만물 가운데 영장으로 태어나서 영장답게, 즉 사람답게 사는 길은 무엇일까? 그것은 참되고 바른 길을 알고 그 길에 맞게 사는 일이라고 할 것이다. 참되고 바른 길이란 있음과 없음의 그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그러면서 있음과 없음의 두 쪽을 다 수용하면서 사는 것이다. 예컨대 배가 강물을 따라 바르게 진행하려면 오른쪽과 왼쪽의 어느 쪽에도 기울지 말아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양 쪽의 언덕 때문에 강물이 흐른다고 하여 어느 한 쪽에라도 치우쳐 정박하게 되면, 그 순간부터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과 같다. 바르고 참된 삶이란 서로 상반되고 차별된 삼라만상과 일체만물을 다 수용하면서, 그리고 그 어느 것에도 치우쳐 기우려지지 않고 사는 일이다. 그것을 백장 선사는 여기에서 법이라고 한 것이다. 즉 있음과 없음 그 어느 쪽에도 기울지 말고 살라는 것이다. 그 때 조화롭고 평화로운 삶이 열린다. 정으로 난 견해란 치우쳐 기울어진 삶을 말한다.
황벽희운 선사⑧ - 마음에는 망상이 없다
又云 妄本無 卽是汝心所起 汝若識心是佛 心本無妄 那得起心 更認於妄 백장 선사가 또 말씀하였다. “망상이란 본래 실체가 없고 곧 그대의 마음에서 일어난 바다. 그대가 만약 마음이 부처인 줄을 안다면 마음은 본래 망상이 없는 것이니, 어찌 마음을 일으켜서 다시 망상을 오인하겠는가.”
해설 : 일반적인 불교의 가르침에서는 번뇌와 망상이 분명히 존재함으로 그것을 어떻게 하든 없애고 소멸하여 번뇌가 다 사라진 뒤에 성불에 이른다고들 한다. 그러나 백장 선사는 번뇌 망상은 본래 없는 것인데 사람들이 공연히 스스로 번뇌가 있다는 생각을 한 뒤에 다시 없애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사람들의 마음에는 마음은 본래 망상이 없는 것인데 어찌하여 스스로 망상이 있다는 마음을 일으켜서 다시 망상이라고 오인하는가. 필자도 한 때는 망상이 본래부터 그렇게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망상이 있다고 가르치는 방편상의 경전이나 어록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어느 날 송광사 문수전 선방에서 정진할 때였다. 새벽 3시에 예불을 하려고 문수전 옆에 있는 관음전 법당으로 가는데 캄캄하여 천지를 분간할 수 없었다. 그러나 매일 하던 예불이라서 눈을 감고도 충분히 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한 길이며 익숙한 일이었다. 법당 문을 열고 탁자 앞으로 걸어가서 성냥을 그어서 초에 불을 붙이는 순간 온 법당은 순식간에 환하게 밝았다. 법당은 그 많은 어둠이 새어나갈 아무런 틈도 없었다. 그러나 그 짧은 순간에 어둠은 사라졌다. 어둠이란 본래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는데 착각하여 본래 어둠이 있는 것으로 잘못알고 있었던 것이다. 어두움 그 자체가 그대로 밝음이다. 사람들의 번뇌 망상도 그와 같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본래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다만 있다고 착각하였을 뿐이다. 세상은 온통 광명 천지뿐인데 맹인이 스스로 세상이 어둡다고 하는 것과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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