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死 筆寫

혼자만 착하믄 뭐하노 / 박제영

시치 2021. 11. 20. 15:35
혼자만 착하믄 뭐하노 / 박제영
착하다 사람 좋다
그기 다 욕인기라
사람 알로 보고 하는 말인 기라
겉으로는 사람 좋다 착하다 하믄서
속으로는 저 축구芻狗* 저 등신 그러는 기다
우리 강생이 등신이 뭔 줄 아나
제사 때 쓰고 버리는 짚강생이가 바로 등신인 기라
사람 축에도 못 끼고 귀신 축에도 못 끼는
니 할배가 그런 등신이었니라
천하제일로 착한 등신이었니라
세상에 두억시니가 천지삐가린데
지 혼자 착하믄 뭐하노
니는 그리 물러 터지면 안 되니라
사람 구실을 하려믄 자고로 모질고 독해야 하니라
길게 말할 게 뭐 있노
우리 강생이 그저 할배랑 반대로만 살면 되니라
하모 그라믄 되니라!




* 할머니가 입버릇처럼 뱉던 말 "축구 등신"이 실은 노자(老子)가 얘기한 추구
(芻狗,짚강아지)라는 걸 대학 가서야 알았다.  '천지(天地)는 인(仁)이 없으니
세상 만물을 추구같이 여긴다(天地不仁 以萬物而爲芻狗),"  






[안녕, 오타 벵가], 달아실,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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