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死 筆寫

천리 불꽃 / 장석주- 복사꽃 /장옥관

시치 2019. 8. 1. 00:28

천리 불꽃 / 장석주


비 오시는데
종일
헤어진 여자 허리 생각에 몸 뒤척인다

저기 타는 천리 불꽃
빗발로는
끝내 진화할 수 없는 것인가!

온몸 달아 간절했으니
신체의 한 末端이 타버리는 모양이다
오매 사람 잡네,
이 灼熱感!

점점 골똘해지는 씹 생각에 몸이 다 탄다
날 저물고 비 그쳐 淨口業眞言*
합장하고 千手經 일절 뒤 나무관세음보살……
천 번 입 속으로 읊조렸더니
시끄러운 몸이 겨우 잠든다


* 입으로 지은 업을 맑게 하는 진언

(문학·선, 재수록시, 2003)



복사꽃 /장옥관 -장석주 시인의 시 <천리 불꽃>을 읽고

  

 

 `천리 불꽃`이 어디 있나, 영덕 오십천 천리 들판에 복사꽃이 한창이라니 연홍 다홍 분홍 꽃구름 지금 흐드러졌겠다 뼈마디에 탁탁 불꽃 튀는 이 봄날 `신체의 한 말단(末端)이 타`들어가는 `씹 생각`으로 `골똘해지는`사람도 있겠지만,

 

 태어날 때부터 뒤틀리고 허우적대는 몸에 찾아드는 시끄러움 잠재우기 위해 하루에도 수천 번 절을 올렸다는 그 여자, 쉰 해가 되어도 꺼지지 않는 잉걸불은 또 무엇이랴

 

 내일은 모처럼 날이 든다 하니 천리 불꽃 더 기막히겠다 불로 뜨거워진 몸은 불로 끄는 게 상책이니 떠올리기만 해도 골똘해지는 천리 불꽃에 우리 뺨을 데여도 좋으리

 

*작은 따음표 부분은 모두<천리 불꽃>의 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