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死 筆寫

짚을 만졌던 느낌 / 유홍준

시치 2019. 7. 31. 10:59

짚을 만졌던 느낌 / 유홍준 

   

짚을 만졌던 느낌은

뱀을 만졌던 느낌과는 달라서

차갑지가 않지 매끄럽지가 않지 꺼끌꺼끌하고 까칠까칠하지

 

나를 낳고 동생을 낳고

금줄을 칠 때, 아버지 그 새끼를 꼬던 느낌은 어떠했을까

낫으로 발바닥을 깎아도 꿈쩍도 않던 소는

달구지를 끌던 옛날 옛적 소는

짚으로 만든 그 신발을 신었을 때의 감촉이 또 어떠했을까

 

짚을 만졌던 느낌은

옷이나 책이나 그릇을 만졌던 느낌과는 달라서 한참을 달라서

옛다, 너도 한번 꼬아보아라

아직 어린 나에게도 짚 한 단이 던져졌을 때

특별히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나의 손바닥은 그것을 싹싹 비벼 꼬았네

요만큼 새끼줄을 꼬면

꼬리처럼 또 엉덩이 뒤로 밀어내며

동그랗게 사리던 새끼줄의 즐거움을 알았다네

 

짚을 만졌던 느낌은

여자의 몸을 만졌던 느낌과는 달라서

꺼끌꺼끌하고 까칠까칠하고 아직도 나는 그 느낌을 좋아한다네

자주 밤길을 오갔던 나는

짚단에 불을 붙이면 어디만큼 갈 수 있는지 그것까지를 다 알고 있다네

 

겉은 꺼끌꺼끌하고 까칠까칠한 짚의 느낌을

속은 발갛고 재는 유난히 더 검은 짚의 육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