必死 筆寫

문인수-도다리, 장옥관-홍어, 달의 뒷편

시치 2019. 7. 31. 23:13

도다리  / 문인수



대형 콘크리트 수조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아, 겨우 알겠다
흐린 물 아래 도다리란 놈들 납작납작 붙은 게 아닌가
큰 짐승의 발자국 같은 것이 무수히
뚜벅뚜벅 찍혔다
바다의 끊임없는 시퍼런 활동이,
엄청난 수압이 느리게 자꾸 지나갔겠다
피멍 같다 노숙의 굽은 등
안쪽 상처는, 상처의 눈은 그러니까 지독한 사시 아니겠느냐
들여다 볼수록
침침하다 내게도 억눌린 데마다 그늘져
망한 활엽처럼 천천히
떨어져나가는, 젖어 가라앉는, 편승하는

저의(底意)가 있다

당신의 비애라면 그러나
바닥을 치면서 당장, 솟구칠 수 있겠느냐, 있겠느냐



홍어  -문인수 시 도다리를 보고 

 

건드리면 금세 몸 둥글게 말아 넣는 공벌레처럼

앉기만 하면 굽은 등 한껏 휘어지게 당겨 구석에 기대앉는 사람이 있다.

숨고 싶다는 걸까 그 삶, 정면이 아닌 이면

축축한 곳에 손 집어넣고 비켜서서 살아온 셈이다

둥근 공처럼 둥글게 무릎깎지 끼면 어떤 발길질에도 충격이 내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걸까

그 속은 참 캄캄하겠다

썩어 문드러졌겠다 홍어, 수심 수백 미터 아래 어둡게 엎드려 사는 물고기

오직 견딤을 보호색으로 삼는 물고기

삼투압의 짜디짠 짠물이 몸속으로 스며들지 못하도록

소금보다 짠 소태 오줌 채워 사는 법을 익혔다

화주를 즐기거나 담배라도 독한 담배

조선간장 한 숟가락 듬뿍, 고춧가루 한 숟가락 듬뿍

도무지 싱거운 맛은 믿을 수 없다는 투다

그러기에 궤양의 위장은 늘 헐어 있다

그 무슨 무시무시한 생활이 짓눌렀을까 홍어, 바닥으로 바닥으로 슬픈 부채처럼 거친 발길 피해 숨어 산다

하지만 가끔 부챗살을 활짝 펼쳐 치솟을 때가 있다

온몸이 지느러미가 되는 순간이다

검은 등짝이 숨긴 희디흰 배때기는 만월처럼 환하게 떠올라 바다의 속셈을 헤아리기도 한다

힘껏 내지르는 한 주먹,

곰삭은 홍어의 내부가 문자로 떠올라 번개처럼 콧등을 때린다 머릿골을 후벼판다

투박한 손바닥이 번쩍! 귀쌈을 올려붙인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꽃의 산호,

그 독한 오줌맛!  


 

 달의 뒷편 

 등 긁을 때 아무리 용써도 손닿지 않는 곳이 있다 경상도 사람인 내가 읽을 수는 있어도 발음 할 수 없는 시니피앙 """". 달의 뒷편이다 천수관음처럼 손바닥에 눈알 붙이지 않는 한 볼 수 없는 내 얼굴, 달의 뒷편이다 물고문 전기고문 꼬챙이에 꿰어 돌려도 모르는 것은 모르는 것, 더듬이 떼고 날개 떼어 구워먹을 수는 있어도 빼앗을 수 없는 귀뚜라미 울음 같은 것, 내 눈동자의 뒷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