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천은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에/고형렬
고성 북천은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에
그 북천에게 편지 쓰지 않는다 눈이 내려도
찾아가지 않고 멀리서 살아간다
아무리 비가 내려도 바다가 넘치는 일이 없기 때문에
나는 그 바다에게 편지 쓰지 않는다
나는 그 북천과 바다로부터 멀어질 뿐이다 더 이상
멀어질 수 없을 때까지
나와 북천과 바다는 만날 수 없다
오늘도
그 만날 수 없음에 대해 한없이 생각하며 길을 간다
너무나 오래된 것들은 내가 걱정할 일이 아니다 그래도
너무 오래된 것들을 생각할 때는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나의 영혼 속에 깊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고성 북천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길을 가다가도
나는 몇 날 며칠 그 북천의 가을 물이 되어 흘러간다
다섯 살 때의 바다로
기억도 나지 않는 서른다섯 때의 아침 바다로
다 말하지 못한 것들만 거울처럼 앞에 나타난다
⸻격월간 《現代詩學》 2018년 11,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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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형렬 / 1954년 속초 출생. 1979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대청봉(大靑峯) 수박밭』, 『나는 에르덴조 사원에 없다』, 『유리체를 통과하다』, 『지구를 이승이라 불러줄까』,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거울이다』, 장시 『리틀 보이』, 『붕새』를 간행했으며 현재 《현대시학》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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