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
김언희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는 아직도 죽지
않았다 양 한 마리가 무릎을 꿇은 채 여자의 잠속으로 절룩
절룩 걸어다닌다 도끼에 찍힌 자국들이 헐벗은 사타구니
처럼 드러나 있는 앵두나무 저 여자는 언제 죽을까 죽은
앵두나무 아래 죽을 줄 모르는 저 여자 미친 사내가 도끼
를 들고 다시 등뒤에 선다 미래의 상처가 여자의 두개골
속에서 시커멓게 벌어진다 앵두나무 죽은 앵두나무 말라
죽은 앵두나무 도랑을 가득 채우고 흐르는 것은 검은 머
리카락이다.
출처 : 사랑에서 행복까지
글쓴이 : 블루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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