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

[스크랩] 일곱개의 단어로 된 사전---진은영

시치 2009. 10. 8. 16:26
이름 변경


니카노르 파라


문학 애호가들에게
내 소원을 말하고 싶다
나는 이름을 다르게 부르고 싶다
내 논지는 이렇다
시인은 사물의 이름을 바꾸지 않으면
책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다.
무슨 이유로 태양은
줄곧 태양이어야 할까?
천릿길을 가는 장화인
천리화(千里靴)라고 부르자!

내 구두는 관을 닮았다.
오늘부터 구두를 관이라 부르자.
구두가 이름이 바뀌었다고
언급하고 알려주세요.
지금부터 관입니다.
보세요, 밤은 길답니다
스스로를 잘났다고 믿는 모든 시인은
자신의 사전을 지녀야 합니다
잊기 전에
자신이 원하는 대로
자기 수호신 이름을 바꾸어야 합니다
이건 순전히 개인의 문제지요.

강태진 옮김/솔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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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좀 바빴습니다.. 먹고 살려다 보니.. ^^
외국시는 낯섭니다, 시인의 시어를 읽는다기 보다는, 역자의 시어를 읽는 느낌이강해서란 생각때문이겠죠,, 게다가 남미쪽 시는 특히나.. 그래서,
오늘 소개할 시는 아래의 시입니다.. 언젠가, 소수가족들의 멋진 사전으로 채워질 게시판을 ... 애타게 기대하면서.. 좋은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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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개의 단어로 된 사전


진은영


자, 밤은 길고
자신을 평가하는 모든 시인은
자신의 고유한 사전을 가져야만 한다. - 파라


봄, 놀라서 뒷걸음질치다
맨발로 푸른 뱀의 머리를 밟다

슬픔
물에 불은 나무토막, 그 위로 또 비가 내린다

자본주의
형형색색의 어둠 혹은
바다 밑으로 뚫린 백만 킬로의 컴컴한 터널
- 여길 어떻게 혼자 걸어서 지나가?

문학
길을 잃고 흉가에서 잠들 때
멀리서 백열전구처럼 반짝이는 개구리 울음

시인의 독백
"어둠 속에 이 소리마저 없다면"
부서진 피리로 벽을 탕탕 치면서

혁명
눈 감을 때만 보이는 별들의 회오리
가로등 밑에서는 투명하게 보이는 잎맥의 길

시, 일부러 뜯어본 주소불명의 아름다운 편지
너는 그곳에 살지 않는다


출처 : 소수를 위한 변명
글쓴이 : 오후네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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