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

[스크랩] 허공 / 최호일

시치 2009. 10. 25. 22:50

허공

   최호일

 

 

 

허공을 걸어 다닐 수 있다면

 

모든 계단은 지워지고

계단을 청소하는 사람들도 실직할 확률이 높다

 

5번과 6번 계단 사이에 넘어진 저 여자도

나도

조만간 사라질 것이다

 

하늘을 날던 새가

어느 계단에 부딪쳐 울 것이다

 

우린 왜 아빠가 없어요?

어린 새가 물었다

하늘 모서리에 부딪쳐 죽었단다

너도 허공을 조심해라

 

 

                                                                       —《현대시학》2009년 10월호

------------------

 최호일 / 1958년 충남 서천 출생. 200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출처 : 푸른 시의 방
글쓴이 : 강인한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