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공
최호일
허공을 걸어 다닐 수 있다면
모든 계단은 지워지고
계단을 청소하는 사람들도 실직할 확률이 높다
5번과 6번 계단 사이에 넘어진 저 여자도
나도
조만간 사라질 것이다
하늘을 날던 새가
어느 계단에 부딪쳐 울 것이다
우린 왜 아빠가 없어요?
어린 새가 물었다
하늘 모서리에 부딪쳐 죽었단다
너도 허공을 조심해라
—《현대시학》2009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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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일 / 1958년 충남 서천 출생. 200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출처 : 푸른 시의 방
글쓴이 : 강인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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