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모음

[스크랩] 고구마를 삶으며 / 서안나

시치 2008. 4. 15. 20:07

 1965년 제주출생

 1990년 「문학과비평」겨울호 시부문 등단.

 1991년 「제주한라일보」신춘문예 소설부문 가작.

 시집 「푸른 수첩을 찢다」「플롯속의 그녀들」

 현재 한양대학교 박사과정 재학 중

「현대시」「다층」「시산맥」동인

 

고구마를 삶으며 / 서안나

 

고구마를 삶다 보면 제대로 익는지

젓가락으로 고구마를 쿡쿡 찔러보게 된다

나의 어머니도

열 달 동안 뱃속에서 키워

세상에 내놓은 잎사귀도 덜떨어진 딸년

잘 익고 있는지를

항시 쿡쿡 찔러보곤 하신다

 

밥은 잘 챙겨 먹고 다니느냐?

차 조심해라 겸손해라 감사해라

고구마 푸른 줄기처럼

휴대폰 밖으로 넝쿨 져 뻗어 나오는 어머니

 

세상에 사나운 일 벌릴까 봐

40이 넘어도 설익은 딸년

마음과 영혼 병들지 말고 제대로 익으라고

핸드폰 속에서 쿡쿡 찔러보는 어머니

뜨거운 아랫목에서 뒹굴 거리며

알았다고요 귀찮은 듯 대답하는

뜨뜻하게 잘 익어가는 딸년


<다시올문학 > 2008년 봄호 (창간호)

   

출처, 내영혼의깊은곳                                                                                                                                                                     

출처 : 휘수(徽隋)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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