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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끝물 과일 사러 / 김 소연

시치 2007. 12. 5. 01:56
거두절미 가끔은 이렇게 묻고 싶을 때가 있다.
당신이 끝물의 참맛을 알아?
안다면, 곰팡이 피고 벌레 먹고 대부분은 희나리가 되어버린 저 열매의 진짜 속 맛도 알겠네.  

먹을거리 흘러넘치는 지금, 다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끝물, 두엄더미, 쓰레기 통으로 던져지기 전, 눈 딱 감고 살살 껍데기를 뒤집어 농밀한 속 맛을 한 번 보시라구.

당신이 생의 참맛을 알고 싶다면 끝물을 놓치는 것만큼 바보 같은 짓은 없을 거야.    

오래 전 읽은 시지만 계절이 이쯤 되면 자동으로 걸려드는 시다.

“제 철이 아니야.
하지만 끝물은
아주
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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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물 과일 사러 / 김 소연



끝물은
반은 버려야 돼.
끝물은 썩었어. 싱싱하지 않아.

우리도 끝물이다.

서로가 서로의 치부를 헛짚고
세계의 성감대를 헛짚은.
내리 빗나가던 선택들. 말하자면
기다림으로 독이 남는 자세.
시효를 넘긴 고독. 일종의 모독.
기다려온 우리는 치사량의 관성이 있을 뿐.
부패 직전의 끝물이다.

제 철이 아니야.
하지만 끝물은
아주
달아.


출처 : 마음산책
글쓴이 : 디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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