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경기도 양평군 사나사 계곡에서, 2007. 10. 24/無相行
비지非知
기억하고 외우고 익혀서 가슴에 만 권 서적萬券書籍을 간직하였으며,
총명하고 재주와 지혜 있다는 이름이 한세상을 덮더라도,
그것은 한갓 지해知解를 보태어 무명無名을 조장시킬 뿐이다.
세상 사람들이 약간 지해가 있으면 스스로 깨달았다고 한다.
꿈속의 사람의 지혜가 비록 소연昭然하더라도 다만 꿈속의 일일 뿐이라는 것을
그들은 전혀 알지 못한다.
하루아침에 마음이 열리고 눈이 밝아지면 이 깨달았다고 하는 것이
참된 지해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記憶誦習 胸藏萬券 聰明才智 名蓋一世 徒益知解 增長無明 世人稍有知解
自以爲覺 殊不知夢中人 智雖昭然 只是夢中 一朝心開眼明 乃知此覺非是知解
앞 장에서는, 인간 세상의 공명이니 사업이니 명예니 하는 것은
빈 이름[虛名]이란 것을 말하고,
이장에서는 지식이니 총명재지聰明才智니 하는 것이 참된 지해知解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세상 사람들의 지식이니 총명재지聰明才智니 하는것은 도리어
사람의 참된 깨달음에 대한 장해障害를 증장할 뿐, 그것이 진실한 지해가
못 된다는 것이다.
사람은 학식과 견문이 많으면 많을수록 사물에 대한 의문이 늘어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사물이나 학설이나 견해에 대해서도 순순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결국에는 자기 나름의 견해를 세운다.
한번 자신의 견해를 세우면 그것을 고집하게 되고,
좀처럼 그 고집은 깨뜨릴 수없게 된다.
그러고는 스스로 자신은 깨달았다고 생각한다.
깨달았다는 말은 진리를 발견하였다는 말이다.
자신의 견해가 틀림이 없다고, 바른 진리라고 믿게 된다.
마치, 이미 채색이나 먹칠을 한 비단에는 훌륭한 그림을 그릴 수 없음과 같다.
차라리 무식해서 선입견이나 자신의 고집이 없는 백지 같은 소박한 마음 바탕만 못한 것이다.
제아무리 가슴에 만 권 서적의 지식을 간직하고, 총명재지한 것으로 이름이
온 세상에 드날린다 하더라도, 결국에 있어 마음의 눈을 크게 떠서 인생의 테두리 밖에서
인생이란 것을 관찰할 만한 깨달음을 얻지 못한다면, 모든 학문이나 지식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인생이란 긴 꿈속의 일일 뿐이기 때문이다.
꿈속에서 가끔 사람은 어떤 사물에 대하여 분명하고 조리 정연한 견해를 과시하는 일이 있다.
그러나 깨고 나면 그것은 빈 것임을 알게 된다.
이렇듯 인생이란 꿈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한 채 자기 나름으로 깨달았다고 하는 것은
참다운 지해知解가 아니라는 것이다.
구름은 뜬이름을 이끌어 사라져 가고
종소리는 큰 꿈을 두드려 깨게 하네.
雲領浮名去 鐘撞大夢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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