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담 너머 홍시 몰래 따 먹으며 발그레한 볼을 내밀던 아이들 얼굴 같은 ...
경기도 양평군 사나사 계곡에서, 2007. 10. 24/無相行
허명虛名
꿈속에서, 학식이 많고 공업功業을 세워서 칭찬하는 명성은 날로 일어나고
아름다운 이름은 멀리까지 전파된다.
온 세상이 나를 추허推許하여 높다고 하고,
스스로 범인凡人들과는 다르다고 믿는 일이 있다.
그러다가 홀연히 눈을 뜨면, 몸은 침상寢牀 위에 누워 있고
전과 아무런 변함이 없는 한 사람의 가난한 서생書生일 뿐이다.
세상을 진동하게 하던 명성은 어디에 있고,
스스로 높다고 생각하던 마음은 어디로 갔는가.
세상의 학자들이 이러한 꿈을 꾸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들은 어째서 스스로 자신에 시험해 보지 않는가.
소위 학식이니 공업이니 성명聲名이니 하는 것이 어디에 안돈安頓할 수 있고
실상實相이라고 믿을 수 있으며, 범인보다 뛰어나다고 믿을 수 있단 말인가.
진실로 실實이 없다면 이것은 곧 헛이름[虛名]인 것이다.
夢中多學識 立功名 譽聲日興 美名遠播 一世推我爲高 而者恃異乎凡人
忽然開眼 身臥牀上 依然一措大 震世之名安在 自高之想奚往 世之學者
多得是夢 何不自試 一身之中 所謂學識功業聲名 安頓何處 可恃爲實相
可恃爲出凡 苟無其實 卽是虛名
이 세상의 학식이니 공업功業이니 명예니 하는것은 실은 다 빈 것이다.
마치 꿈속에서 많은 학식과 대단한 공명과 사업으로 명성이 세상을 진동시키고,
자신도 범상한 사람들보다는 뛰어난 인물이라고 믿다가 홀연히 눈을 뜨면,
한 마당의 꿈일 뿐이고 자신은 여전히 전과 조금도 다름이 없는 하나의 서생書生임을
알게 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사람의 일생이란 원래 하나의 꿈일 뿐이다.
그 학식이나 공로니 명예니 하는 것이 어찌 실상實相일 수 있겠는가.
그러니 실상이 아닌 그런 것은 다 빈 이름[虛名]일 뿐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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