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상무주庵 능선에서 지리산 봉우리들을 바라보니 말문이 막혔습니다_()_/無相行
명기名氣
물욕이 사람의 마음을 아득하게 만드는 것은 소경이나 애꾸눈보다 심하고,
탐貪愛함이 마음에 점착粘着하는 것은 아교풀이나 칠漆보다도 심하다.
파리는 끓는 국물에 달려들며, 벌은 꿀에 달려들어 빠지고 잠기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사람들은 다만 물욕이란 경계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뿐이고,
이름이니 평판이니 하는 것에는 되풀이 달라붙어서 철저하게 깨닫지 못한다.
세상에서 소위 고인高人. 달사達士라고 하는 사람치고,
능히 명기名氣의 꿈에서 벗어나는 사람은 드물다
物欲之迷心 甚於盲瞎 貪愛之粘心 甚於膠漆 蒼蠅赴湯 黃蜂投蜜
至於沈溺而不悟 人徒知物欲之可戒 若名若氣之展轉粘着
不能透徹 世所謂高人達士 鮮能跳出於名之夢
물욕物慾이 세상 사람들의 눈을 혼미昏迷하게 만드는 것은 소경이나 애꾸눈보다도 더하다.
소경에게는 오히려 맑은 마음의 눈[心眼]이 있을 수 있고,
애꾸눈은 오히려 외눈이 남아 있지만, 물욕에 눈이 어두워지면
온 세상에 보이는 것이 오직 물욕뿐, 그 밖의 어떤 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옛날부터 물욕 때문에 몸을 그르치고 집안을 망치고 나라를 해치게 한
사례事例는 얼마든지 있다.
물욕은 그 미치는 폐해가 너무나 크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명성이니 평판이니 하는 것에 대한 애착이,
물이 스며들듯 사람의 마음을 침식해 오는 것은 경계할 줄 모른다.
명성을 얻고자 하는 욕망도 결국은 재물을 탐내고
여색에 침닉沈溺하는 욕망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세상에서 소위 고상한 인격자니 사물의 도리에 통달한 선비니 하는사람 치고,
이 명예욕名譽欲에서 초연히 벗어난 사람은 거의 없다.
이 명예란 것이 하나의 환상이며 한 조각 뜬구름 같은 것임을 깨닫지 못하고 있으니
그들이 어찌 인생의 큰 꿈을 깰 수 있겟는가.
옛 시에 이런 것이 있다.
마음이 비면 일은 저절로 빈다.
뿌리를 뽑으면 풀은 나지 않는 것과 같다.
세상을 도피하면서 명예에서 도피하지 않는 것은
고기 냄새를 남긴 것 같아서 파리 떼가 다시 모여드는 것과 같다.
了心自了事 猶根拔而草不生
逃世不逃名 似羶存而蚋還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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